삼성 본관에선 실체 못찾아
12월 30일 3차 공판의 증인으로 나온 전 CJ 재무2팀장 이 아무개 씨의 증언에 따르면 비밀금고는 CJ 사옥 14층 이 회장 집무실과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 사무실 사이에 위치해 있다. 겉으로 봤을 때는 문이 벽으로 보여 금고의 존재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했다. 또한 금고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열쇠와 리모컨, 비밀번호를 알아야 하기에 CJ그룹 내에서도 재무2팀만이 존재를 알고 접근이 가능했다고 한다. 따라서 비밀금고로 통하는 비밀계단이 따로 존재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사진 속 비밀금고는 가로와 세로 각각 2m, 3m로 제법 넓었다. 금고 내에는 탁자 외에 우측 벽에 위치한 캐비닛이 전부였다. 증인으로 나온 서 아무개 전 CJ 재무2팀장은 “비밀금고 안에는 차명주식으로 만든 현금이나 CJ제일제당 재무팀으로부터 받은 부외자금, M&A(인수·합병) 관련 서류나 기업분할·외자유치 관련 보안 서류 등이 보관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전에도 재벌 총수들의 비밀금고 존재가 알려진 적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그룹이다. 이재현 회장 집무실의 비밀금고도 삼성그룹의 그것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 전 팀장은 “삼성그룹으로부터 CJ그룹이 계열분리할 당시 삼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던 임원이 삼성 금고 형태를 참조해 CJ 사옥에 금고를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도 지난 2007년 삼성 비자금 문제를 제기하며 “삼성 본관 27층의 관재파트 담당상무 방에 벽으로 위장된 비밀금고가 있다”며 “그 안에는 비자금으로 사용되는 현금과 각종 상품권, 유가증권 등이 보관돼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당시 삼성특검 수사팀은 삼성 본관에서 비밀금고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비밀금고의 존재가 확인됐다. 지난 2006년 3월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진행하던 검찰은 서울 원효로 글로비스 사옥을 압수수색했는데 글로비스 사장실 한쪽 벽면에서 숨겨져 있던 비밀금고를 찾아낸 것. 10평이 넘는 금고 속에서는 70억여 원의 현금과 양도성 예금증서 등이 발견됐다. 당시 검찰은 단번에 비밀금고를 발견하고 비밀번호까지 알아냈는데, 이를 두고 현대차에 내부에 고위급 제보자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