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자신감보다 사명감으로 뛴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원혜영 의원을 만났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지난 2일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가장 먼저 나서게 된 것은 자신감의 표현인가.
“자신감이라기보다 사명감의 표현이다. 1년여 전에 민주당이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우리당과 지지자들이 원하는 대한민국 만들기에 실패했고, 이후 박근혜 정권이 잘해주길 바랐지만 지금 그렇지 못하고 있다. 좋은 사회로 만드는 것은 위로부터의 변화도 좋지만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기도부터 혁신해서 점차 대한민국을 바꿔보자는 생각, 그런 사명감이다.”
― 이번 지방선거 때 경기도민에게 던지고 싶은 화두는 뭔가.
“아시다시피 경기도가 생활권이 넓다.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에 직장이 있거나 인천으로 대학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교통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경기도는 서울보다 훨씬 버스의 대중교통 분담률이 높다. 70% 가까이 된다. 경기교통공사를 만들어 버스를 공영화하자는 게 저의 주요 공약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단추인 버스 사유화를 단계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 버스 공영제는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준공영제를 내세웠다.
“준공영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버스 회사가 주인 노릇을 하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뒷돈을 대주는 형태다. 지금 서울시가 그렇다. 궁극적으로 공영제로 가야 한다. 기존 버스 회사들이 갖고 있는 노선 가운데 수익성이 없어 포기했거나 계륵처럼 갖고 있는 노선부터 공영화하면 된다. 버스회사가 크게 반발할 일도 별로 없는 형태다. 잘만 운영한다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리라 본다.”
― 김문수 지사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지사 8년 도정을 어떻게 평가하겠나.
“김 지사와는 개인적으로 친한 친구사이다. 김 지사는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겸손한, 장점이 많은 정치인이다. 하지만 김 지사 때 실시한 뉴타운 사업은 지방자치 역사상 가장 잘못된 정책이라고 본다. 뉴타운은 기존 세입자를 내쫓고 주민끼리 갈등하게 하는 분열과 파괴의 사업이다. 반면 민주당에서 추진한 친환경 무상급식은 학교와 학부모를 일치시키고 가진 자와 덜 가진 자를 화합시켰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은 분열과 갈등보다 화합과 상생의 길이다. 답은 분명히 나와 있다.”
― 무상급식 사업은 매년 세금이 많이 소요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세금이란 게 결국 어느 것을 우선순위로 두느냐의 문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반대한 나머지 심판을 받았고 이후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것 아닌가.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기초연금 지급과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과 같은 공약을 후퇴시키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부도덕하고 무책임하다.”
― 뜻을 펼치려면 당내 경선을 통과하는 일이 우선이다. 어떤 점을 내세울 것인가.
“나는 우리나라 대표 혁신 기업인 풀무원을 창업해 식품 가치를 친환경 가치로 바꿨다. 또 부천시를 문화도시로 새롭게 창조한 도시 경영자이기도 하다. 기업 경영이나 도시 경영을 통해 이미 혁신을 이뤄낸, 성과가 있는 사람이 경기지사에 적합하다고 본다.”
― 여론조사는 김진표 의원이 앞서나가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김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때도 뛰었고 민주당 후보까지 됐던 분이다. 야권 지지자들 기억에 김 지사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여전하다. 다만 야당을 지지하는 도민들은 누가 본선 경쟁력이 있느냐, 야권이 분열되면 불리할 것이 빤한데 야권연대에 있어 누가 적합하겠느냐는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다. 그런 점이 제가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 안철수 의원이 3월까지 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목표로 한 이상 창당은 당연하고 또 후보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당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안 의원 쪽은 신당을 만들어 새정치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천 방안을 국민에게 보여줄 때 비로소 제대로 평가가 나올 것이다.”
― 여의치 않으면 3자 대결도 불사하겠는가.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다자구도가 되면 당보다 인물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일반 관료나 기존 정치인과 구별되는, 실제로 일에 대한 성과를 낸 후보가 다른 후보들보다 유리할 것이다.”
― 지나간 이야기지만 물어보겠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를 지원했다. 친 김두관계로 가면서 기존 친노 지지자들과의 소원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누구 계파라는 것은 맞지 않다. 나는 원조 친노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꼬마민주당 시절, 낙선 이후 하로동선 때도 함께했다. 원조 친노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 동지라는 것에 늘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나는 정치 시작부터 일관되게 젊은 정치인들의 지도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대선 때 김두관 지사를 도운 것이나, 그 이전에 이인영 의원 선대위원장을 맡고 또 최근 당 대표 경선 때 강기정 후보를 지원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원혜영 의원은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을 만나 인재 영입에 대한 조언을 해줬다며 새 정치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주로 지는 쪽을 선택하는 것 같은데….
“민주당 정치가 발전해야 한국 정치가 발전한다고 본다. 세대교체 측면에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 당에서 새 정치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알겠다. 혹여 안철수 의원 쪽에서 영입 제의는 없었나.
“그건 도리상 맞지 않고. 안 의원 당선 이후 인사차 한번 만나긴 했다. 당시 내가 조언을 해준 것이, 정치는 당으로 무리를 지어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새로운 정치를 많이 해봤다. 한겨레민주당 때 진보적인 목소리도 냈고, 지역주의 극복하겠다고 통추에도 남았다. 그런데 막상 선거할 때 좋은 자원이 오지는 않더라. 지금 안 의원의 인물난을 예측한 셈이다. 유권자들 눈에는 밤낮 여기저기 기웃대고 평가받지 못한 B급 C급 인사들을 데리고 무슨 새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 이렇게 된다고 했다. 이때 최대한 절제해 대응해야 한다. 그런 조언을 해준 기억이 있다.”
― 민주당 지지율이 형편없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지난 대선 당시 져서는 안 될 선거에서 졌다는 책임과 분노가 여전한 것 같다. 이럴 때 민주당이 완전히 내려놓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데, 철저하게 뼈를 깎는 혁신과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또 안철수라는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기 때문에 거기에 희망을 걸어보자는 흐름이 있다. 안철수 의원의 성장은 우리당에도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혼자선 안주하기 쉽지만 안철수 신당으로 인해 지금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자율적으로 어려울 때 타율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 최근 당직개편 등 변화를 꾀하는 모습도 보인다.
“민주당이 잘하고 있는 부분이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같은 것도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이 선거 끝났다고 모른 척하고 있다.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 그밖에도 정당과 국회가 내려놔야 할 기득권이 많다. 선거구획정위원회도 기껏 만들어 놓으면 국회에서 도루묵으로 만든다.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 기구로 분리해 한번 결정되면 무조건 따르게 하고, 국회 윤리위원회도 외부 인사를 영입해 운영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국민들이 보기에 잘못됐다는 일은 무조건 고쳐야 한다. 철저히 혁신해야 한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