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벗어난 핵폭탄에 쑥대밭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KB금융지주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박은숙 기자
이번 사태의 핵심진앙인 KB국민카드를 보자. KB금융지주 연결재무제표에 잡힌 신용카드부문의 실적은 2013년 3분기까지 순이익이 3157억 원에 달한다. 은행부문 순이익 6465억 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전체 금융지주 순이익의 30%가량이나 된다. KB금융지주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일 만하다. 특히 사고 발생 직후보다 시간이 갈수록 하락폭이 커지는 모습이 뚜렷하다. 사태의 파장이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사태 초기 증권가의 대체적 분석은 이랬다.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직접적 사고액은 물론 2차 피해배상 규모도 극히 미미할 것이며, 카드 재발급 비용부담 수준도 회사별로 많아 봐야 수십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가능성도 과거 유사 전례를 참조해 볼 때 승소 가능성이 낮아 관련 회사들의 손해배상 관련 비용도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당장 이번 사태로 인해 카드 재발급 요청이 폭주하고 있다. 현재 알려진 신용카드 재발급 비용은 건당 약 5000원. 이번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는 1700만~20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100만 명 발급비용만 50억 원이다. 1000만 명 정도가 발급하면 500억 원이나 된다. 재발급 사유를 제공한 신용카드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신용카드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신규영업 효과가 적다고 하지만 KB국민카드 기준으로 영업정지 조치에 따른 기회비용은 90억 원 정도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추정이다. 특히 영업정지 기간 동안 카드사용 고객의 충성도 하락에 따른 2차적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부담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특히 지난 1월 22일 금융당국이 내놓은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은 결정적이다. 고객 정보 보호를 강화한다는 내용인데, 마케팅 목적의 정보 수집을 제한하고, 계열기업 및 제휴업체에 대한 정보 공유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또 정보 보호 관련 법규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강화, 불법행위 시 과중한 과징금 및 행위 규제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서영수 키움증권 금융담당 애널리스트는 “마케팅 목적의 정보 축적 및 공유 제한으로 카드사 핵심가치 중 하나인 정보 관련 무형의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 보이고, 고객 정보 보호 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 같은 정부 대책의 파장은 카드사를 넘어 금융지주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고객 정보를 자체 생산하기보다는 정보를 은행, 카드 등으로부터 구매하여 소비자 금융업을 영위하는 캐피탈, 저축은행,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비자금융업 자체의 존립이 흔들릴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에서 한 발 비껴간 삼성카드와 신한금융 등 동종업계 종목에 대한 반사이익 기대감도 크지 않다. 신용카드업과 금융지주사 전반에 대한 규제강화 대책이 나온 만큼 이들 회사라고 해서 비용부담 및 마케팅 위축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욱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융권 사고 등이 빈번해지며 금융회사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악화된 상황에서 동 사태가 추가됨에 따라 관련회사 중심으로 국내 금융권 전반의 평판(Reputation) 악화가 우려된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관련 회사의 영업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