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피고인이 횡령 범행의 시작과 진행에 깊숙이 관여하며 주도적 지위를 담당했다”며 “주식회사 자금을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적 이익을 위해 유출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과 최태원, 최재원, 김준홍 등 4명은 SK 계열사의 펀드 출자 선지급금이 피고인에게 보내질 옵션 투자금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 과정에 본질적으로 기여한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형제가 2008년 10~11월 SK그룹 주요 계열사로 하여금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1000억 원대 펀드를 출자하게 한 후 옵션 투자금 명목으로 465억 원을 횡령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최 회장은 횡령을 승인·지시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최 부회장도 2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들에 대한 상고심은 다음달 하순께 진행된다.
김 전 고문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2011년 초 중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됐다가 뒤늦게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7월 말 대만에서 체포된 김 전 고문을 국내로 전격 송환해 구속기소했다.
김 전 고문은 재판에서 자신과 개인적 금전거래를 하던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가 혼자 범행한 것이라 주장하며 본인뿐 아니라 최 회장 형제의 결백을 호소했다. 검찰은 김 전 고문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