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뽑혀야 데리고 가지!
대통령의 일정은 경호상의 이유로 소수의 풀(Pool) 기자만이 근접 취재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교적 프로토콜(의전) 때문에 취재진이 아예 배석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들이 대통령 일정을 수행하는 데 여념이 없는 해외순방 시에는 대변인이 출입기자들의 거의 유일한 취재원이자 취재 관련 민원 해결 통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번 순방은 대변인 없이 떠나게 될 것 같다”고 전했을 때 많은 기자들은 “일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푸념을 늘어놨다고 한다. 일부 출입기자는 “혹시 현지에서 신임 대변인이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으로 걱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변인 없이 떠나는 해외순방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야기할지는 청와대도 모르는 바가 아닐 터. 그럼에도 청와대가 비정상적인 모양새로 순방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대변인 구인난’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변인을 안 데리고 가려고 한 게 아니라 못 데리고 갔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자 및 국민과의 소통 능력과 정무적 판단력 등을 기준으로 적임자를 물색해 왔지만 아직 성과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적임자라고 생각되는 인사들이 고사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윤창중, 김행 전 대변인이 모두 좋지 않은 모양새로 떠난 데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대변인의 롤(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후보들을 망설이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창중 전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되는 바람에 ‘이남기 홍보수석-윤창중·김행 대변인’ 체제가 무너지면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홍보 및 공보 시스템 전체가 헝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에는 홍보수석이 국정홍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상당한 실권을 쥔 대변인들이 공보 기능을 수행하는 체제였는데, ‘실세’인 이정현 홍보수석이 부임하면서 대변인의 역할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나이가 많고 경력이 풍부한 사람을 선호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볼 때 청와대 대변인에는 최소한 언론사 국장급이나 전직 국회의원을 기용하려 할 텐데, 이런 사람들이 이정현 수석에게 꽉 잡혀서 일하고 싶겠느냐”고 반문하며 “청와대 대변인 구인난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정현 수석이 사실상 대변인 역할까지 겸임하는 현 체제가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