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씨는 주 씨가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도 자신이 자는 침대 옆 아래에 주 씨의 시신을 눕히고 이불을 덮어두었다. 주 씨의 시신이 부패하면서 썩는 냄새가 진동했지만 한 씨는 주 씨의 시신과 함께 열흘 가까이 함께 살았다. 주 씨의 친구에게서 주 씨를 찾는 전화가 걸려오면 “지금 아파서 누워있다. 통화를 할 수 없다”는 등의 변명을 했다.
처음부터 이 사건은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나 PC방에서 한 씨를 만난 한 씨의 친구가 ‘한 씨의 몸에서 악취가 난다’고 또 다른 친구에게 한 얘기를 포천경찰서 관계자가 전해 듣게 됐다. 이에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경찰은 한 씨 오피스텔 앞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그리고 잠복 이틀 후인 지난 22일, 경찰은 오피스텔로 돌아오는 한 씨를 만났다.
처음에 한 씨는 자신의 범행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한 씨의 집 문 앞에서 강한 악취가 나는 것을 의심한 경찰은 계속해서 한 씨를 설득했고 결국 2시간 만에 한 씨의 범행을 자백 받았다. 경찰이 현장을 확인할 당시 방치돼 있던 주 씨의 사체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한 씨는 경찰조사에서 “사체를 유기한 뒤 자살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내연남과 짜고 장애가 있는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4년간이나 다락방에 유기한 30대 아내 사건과 동거녀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이불로 말아 넉 달간 집안 장롱 속에 방치해 둔 엽기적인 20대 남성의 사건도 발생해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경기대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살인이라는 것은 낯선 경험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된다”며 “살인을 저지른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성이 회복된다. (살인)전력이 누적된 사람이 아닌 경우 자수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