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훈수’ 두는 외국인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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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주들의 배당압력 이면에는 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내포돼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일요신문 DB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 절반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의 허기를 달래기에는 부족했다. 시가배당률은 올랐지만,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서 현금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현금배당성향은 한때 42%에 달한 적도 있다. 당장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의 경우 배당성향은 20%에 달하고, 시가배당률도 2%를 넘는다.
HDC에셋매니지먼트 박정훈 펀드매니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주가 하락추세를 감안할 때 삼성은 적정한 시기에 자사주 매입과 같은 추가적인 주주정책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특히 연간 주가상승률이 부진했던 2006~2007년 대규모 자사주매입을 단행했다. 이익이 급증하고 주가도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100만 원을 돌파한 2011년에야 주주들의 배당압력을 피해갈 수 있었다.
외국인들의 배당압력은 이면에 또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경영에 대한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이건희 회장 등 현 최대주주의 삼성전자 지분은 15%를 조금 넘는다. 외국인 지분율은 50%에 육박하고, 국민연금도 7% 넘는 지분을 가졌다. 이론적으로 외국인 등 기관투자자들이 힘만 합치면 현 경영진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주주들이 하나로 뭉칠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할 처지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경영에 대한 훈수들이 나오고 있다. 돈 안 내놓으면 경영내용을 문제 삼겠다는 엄포인 셈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는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전년 4분기 실적보고서와 달리 2013년 4분기 실적보고서에서는 정확한 마케팅 비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연말 신경영 20주년 특별성과금으로 8000억 원을 지출했는데, 지난해 10% 가까운 주가하락을 견디고 있는 주주들은 보상을 기다려왔다”고 비꼬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애널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의 휴대폰부문 수익구조는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압박을 받을 것이며, 현재 35%인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07년 노키아와 비슷한 만큼 (삼성전자는)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노키아처럼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압박에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으로선 ‘외풍’ 차단 방법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현금배당보다는 자사주매입이 낫다”고 말했다. 자사주는 지배력 강화를 위한 좋은 수단이 된다. LG그룹이나 SK그룹의 지주사 적용방식을 적용하면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눌 수 있는데, 이때 삼성전자가 가진 자사주를 지주사로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여기에 현재 이건희 회장 등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도 지주사에 현물로 출자하면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지주사는 대주주의 현물출자분을 얻음으로써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인적분할 외에 추가적인 작업도 필요하다. 삼성생명에 남은 삼성전자 지분 5%와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4.06%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삼성SDS 지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결국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높여 이 부회장 지분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외에도 자동차 등 국내 주요기업들의 이익성장이 둔화되면서 외국인 주주들의 배당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결국 그동안 대주주들에 맡겼던 경영권에 대한 주주들의 참견이 심해진다는 의미로, 대주주 입장에서는 지배력 강화가 절실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