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유망주가 왜 한국 왔지?
# 대어형
“아니 걔가 정말 한국에 온답니까? 이야, 이거 대단하네.”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 팀장은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이 팀장이 언급한 ‘걔’는 한화가 영입한 외국인 투수 앤드루 앨버스를 뜻했다. 그럴 만도 했다.
메이저리그 대어급에 속하는 한화 앨버스는 새로운 야구를 경험하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앨버스가 입은 한화 유니폼은 합성임.
특히나 데뷔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해 8월 13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9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두며 앨버스는 ‘미네소타의 미래를 짊어진 영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앨버스 영입을 계획했던 한국 모 구단 스카우트는 “강타자가 즐비한 빅리그에서 9이닝 당 볼넷을 1.1개만 기록하고, 마이너리그에서도 5년 동안 9이닝당 볼넷이 1.8개밖에 되지 않는 안정된 제구를 자랑해 ‘KBO리그에서 뛰면 15승 이상은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러나 원체 제구가 좋고, 좌완이라 ‘미네소타가 저런 선수를 놔줄 리 없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입질에 나서지 않았었다”고 회상했다.
이 스카우트는 “앨버스의 예상 몸값이 옵션 포함 150만 달러 이상, 미네소타에 지급해야 하는 이적료도 80만 달러 이상일 게 확실해 다른 구단들도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런 선수가 한화에 입단했다는 소릴 듣고 ‘아니 빅리그에서 계속 뛴다면 그 이상의 돈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왜 한국에 온 거지?’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화에 따르면 앨버스는 새로운 야구를 경험하려고 머나먼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 이름값형
2005년 28홈런, 2008년 29홈런을 기록한 슬러거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멕시코 대표로 출전해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도 무척 낯익은 선수다. 지난 시즌엔 멕시칸리그 ‘나란헤로스 데 에르모시요’에서 뛰며 83경기 출전해 타율 0.270, 31홈런, 71타점을 올렸다.
빅리그 경험이 풍부하고, 여전히 뛰어난 파워를 자랑하는 칸투는 타이완 구단들도 관심을 보인 선수였다.
두산은 타선 강화 차원에서 칸투를 영입하려고 지금까지의 관행을 뛰어넘기도 했다. 두산 관계자는 “멕시칸리그 구단엔 이적료를 주지 않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례적으로 ‘나란헤로스 데 에르모시요’에 이적료까지 지급하며 칸투를 영입한 건 그만큼 가능성을 믿는다는 뜻”이라며 “빅리그의 풍부한 경험을 우리 팀의 젊은 타자에게 심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두산 신예 타자들은 벌써부터 빅리그 강타자 출신의 칸투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앞다퉈 “칸투 형님, 사랑합니다”하며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 오리무중형
더 놀라운 건 KT 외국인 선수 마이크 로리가 2012년 타이완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한 수준급 투수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로리는 2012년 타이완 프로야구 라미고 몽키즈에 입단해 그해 6승 1패 평균자책 2.50, 2013년엔 11승 12패 평균자책 3.47를 기록하는 좋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특히나 2012년 타이완시리즈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서 MVP에 뽑혔고, 같은 해 한국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에서 삼성과의 예선전에서 9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11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한국 구단 스카우트들은 “저런 선수가 타이완리그에서 뛸 줄 몰랐다”며 “당장 영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로리는 부상 위험을 안고 있는 투수”라는 소문이 퍼지며 그를 영입하겠다는 국내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다.
KT 조범현 감독은 “우리가 로리를 원한 게 아니라 로리가 우리 팀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먼저 전달했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로리는 지난해 KT가 마무리훈련을 진행 중이던 미국 애리조나 투산으로 자비를 들여 찾아와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1년 정도 잘 다듬으면 에이스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는 조 감독의 호평을 들은 로리는 “연봉은 얼마를 줘도 상관없다. 한국야구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1년 동안 2군에서 뛰겠다”는 자신감 넘치는 다짐으로 조 감독의 칭찬에 화답했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KT가 이미 타이완에서 검증된 로리를 육성형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는 건 다소 어폐가 있다. 되레 KT가 내년 시즌을 대비해 로리의 KBO리그 적응력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1년 일찍 영입한 게 아닌가 싶다”며 “정말 KT가 육성형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려 했다면 로리보다 훨씬 어린 선수를 영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2군리그에서 로리를 투입한다면 그의 장단점이 사전에 노출될 것”이라며 “정말 KT 말대로 육성형 외국인 선수라면 올 시즌 2군리그에서 자주 등판할 것이고, ‘숨겨둔 비장의 무기’라면 2군리그엔 잘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