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tvN 속편 재미 ‘짭짤’
위에서부터 MBC <아빠 어디가>, SBS
시즌제 예능 제작에 불을 지핀 곳은 CJ E&M이다. 케이블채널이 지상파와 어깨를 견줄 수 있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프로그램은 2009년 첫 등장한 <슈퍼스타K>. 이미 다섯 시즌이 방송된 <슈퍼스타K>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고 동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까지 뛰어넘었다. 시청자들은 또 다른 시즌을 기다렸고 제작진은 전작의 인기에 기대 심사위원 및 MC의 신규 투입 및 교체, 특이 이력을 가진 출연진을 적극 홍보하며 명성을 이어왔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슈퍼스타K> 외에도 <막돼먹은 영애씨> <비틀즈 코드> 등 CJ E&M은 다양한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자리 잡은 프로그램을 진화, 발전시켜 대중의 주위를 환기시키는 것은 후발주자들의 당연한 생존전략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CJ E&M은 또 하나의 히트 상품을 냈다. KBS에서 영입한 나영석 PD가 연출한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대박’을 터뜨리며 스핀오프 격인 <꽃보다 누나>까지 만들어냈다. 그리고 스페인으로 떠나는 <꽃보다 할배> 3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마찬가지로 JTBC 역시 종편 예능 최고 시청률을 보유한 <히든싱어> 시즌2를 마치고 오는 8월 3번째 시즌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지상파도 시즌제 예능프로그램 제작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MBC ‘아빠 어디가’는 불과 1년 만에 전열을 재정비해 두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하락세가 뚜렷했던 KBS ‘1박2일’은 폐지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결국 기존 출연진에 새 얼굴을 투입해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SBS 역시 <K팝스타> 시즌3를 시작해 호평받고 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2008년 <일밤>의 코너로 시작할 때만 해도 15% 안팎의 시청률을 거두던 <우리 결혼했어요>는 독립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후 어느덧 시즌4에 접어들었다. 시청률은 5~6%선에 머물고 있지만 기존 커플이 하차하거나 새로운 커플이 투입될 때는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유명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장악한다.
같은 맥락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은 ‘아빠 어디가’와 ‘1박2일’은 기존 멤버 중 누가 하차할지와 누가 새롭게 승선할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지며 엄청난 기사를 양산했다. <K팝스타> 시즌3 역시 SM엔터테인먼트의 보아가 하차하고 안테나뮤직의 유희열이 새로운 심사위원으로 투입된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PD는 “불거진 보도를 인정하고 부인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높아진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처럼 대중에게 해당 프로그램을 다시금 각인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시즌제 예능프로그램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라고 말했다.
JTBC <히든싱어>.
또 다른 예능 PD는 “<꽃보다 할배>의 성공이 없었다면 윤여정-김자옥-김희애-이미연에 이승기가 짐꾼으로 나선 <꽃보다 누나>는 탄생될 수 없었을 것이다. 전작의 후광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시즌제 예능의 묘미”라고 전했다.
반면 시즌제 예능의 득세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새로운 예능 포맷을 개발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시청률이 보장된 패턴을 반복하며 예능 시장이 하향평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가 활성화되면서 위험 부담이 큰 신규 예능 론칭보다는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예능프로그램을 재탕 삼탕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예능 PD는 “지난 몇 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 쏟아지듯 제작된 것처럼 시즌제 예능 역시 하나의 트렌드라 할 수 있다. 몇 가지 실패 사례가 나오면 이 열풍을 사그라질 것”이라며 “중요한 건 트렌드가 바뀌는 시점에 선보일 새로운 예능 아이템을 개발하고 준비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