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김무성 대리전?
[일요신문]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둘러싼 박심 논란으로 새누리당이 어수선하다. 최경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 주류가 김황식 전 총리를 밀고 있다는 게 골자다. 경쟁자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익명성의 방패 뒤에 숨어서 청와대가 민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몽준 의원 역시 지난 2월 7일 공개 특강에서 “언론에 친박 의중이라는 표현이 왜 나오는지 궁금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최경환 원내대표를 직접 찾아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왼쪽부터 홍준표 지사, 박완수 전 창원시장.
그런데 이러한 양상이 경남지사 공천에서도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경남지사엔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홍준표 현 지사에게 도전장을 낸 상태다. 당초 홍 지사와 ‘앙숙’ 관계인 안상수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가 창원시장으로 선회하면서 박 전 시장과 홍 지사 간 대결이 성사됐다. 홍 지사와 박 전 시장은 진주의료원 문제 등을 놓고 연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어 지역 정가는 물론 여의도에서도 공천 과정에 적잖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체급’만 놓고 봤을 땐 당 대표까지 지냈던 홍 지사가 박 전 시장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명실상부 새누리당 실력자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이 박 전 시장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창원시장으로, 박 전 시장이 경남지사로 출마하는 과정에도 김 의원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이 박 전 시장을 지원하는 게 사실이라면 홍 지사 역시 안심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렇지만 홍 지사 역시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고 한다. 바로 친박 주류다. 홍 지사가 그동안 친박과 거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다. 이에 대해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우리도 홍 지사가 썩 달갑진 않다. 그런데 김무성 의원이 박 전 시장을 돕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홍 지사가 공천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라면서 “또 솔직히 쓴 소리를 자주 하는 홍 지사가 여의도보다는 지역에 남아 있는 게 친박이나 박 대통령으로서도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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