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불 지펴 ‘인물난’ 뚫어라
지난 11일 열린 새정치추진위원회 토론회가 윤여준 의장(맨 왼쪽)과 안철수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안철수 의원은 토론회 모두 발언에서 “기득권 세력들은 새정치가 불분명하다, 뭔지 모른다고 시치미를 뗀다. 당연하다. 기득권 입장에서는 지금이 너무 안락하고 편안해서 절대로 바뀌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정치는 바뀌어야 한다. 바뀔 것을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박정희의 산업화, 김대중의 민주화 뒤를 이을 3세대 정치인은 안철수”라고 발언한 대목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자와 함께 토론회를 지켜본 새정추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에 동의하는 지지세력이 실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자평하며 “지지세력이 이완돼 있다는 비판도 나왔는데, 실제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하면 더 좋은 인적 자원이 모일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비교적 자세히 거론된 사안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과 총선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정치개혁 의지였다. 이밖에도 국민투표 요건 완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유신 개헌 때 사라진 국민발안제 부활 등도 거론했다.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양당 체제를 깨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은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본격 닻을 올린 이후 ‘개헌론’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한 기획위원은 ‘토론회가 결국 개헌하자는 이야기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신당이 성공하려면 양당 구조를 깨야 한다. 한상진 교수도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정치 에너지를 조직화해야 한다고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개헌 역시 충분히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신당발 개헌론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여야 비주류 의원들과 진보정당에서 적극 관심을 보이면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분권형 개헌 운동을 벌이는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과거 친이계 의원들이, 민주당은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해 개혁적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 개헌 목소리를 내고 있고, 정의당 역시 당 차원에서 개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30~40대와 각 지역 기초의원 등이 많이 참석했다.
현재 여권에서는 4년 중임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결선투표제 도입은 개헌 사항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헌법 제67조 2항(대통령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선거법 개정만으로 충분하다고 반박하지만 전면적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개헌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안철수 의원은 “선거를 앞둔 시기에 개헌 논의는 적절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금태섭 새정추 대변인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정추에서 개헌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다만 결선투표제나 국민발안제 등이 개헌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새정추는 17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가진 이후 적어도 3월 말까지 신당 창당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최장집 빈자리 그가 메우나
한상진 교수님, ‘안’으로 오세요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답답함을 벗고 이제야 정치인다운 행보를 보인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안 의원 행보가 눈에 띄게 빨라진 것은 윤여준 전 장관을 새정추 공동의장으로 영입하면서라는 세평이 많다.
신당 창당에 조력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전략가를 얻었으니 신당의 정체성을 확립해 줄 최고의 학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안 의원과 결별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대체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 최근 안 신당 쪽 이목을 끄는 이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다.
지난 11일 새정추 토론회 당시 한상진 교수는 주어진 발표시간 8분을 훨씬 넘겨 20분 가까이 신당에 대한 우려와 기대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이에 윤여준 의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한상진 교수님께서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뒤를 잇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씀하셨다. 제 생각을 대한민국의 석학께서 증명해주신 것 같아 감사드린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한상진 교수는 지난 13일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에서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안철수 의원을 초대하기도 했다. 원래 알려진 축사는 여야 싱크탱크 수장인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불참)과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었지만 당일 한상진 교수 옆자리를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안철수 의원이었다.
해당 토론회는 맺음말에서 “소통 대신 단절이 심한 양대 정당의 전면적 대립 양상은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 명확하다. 이 대립을 조정하고 완충하는 제3의 정당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며 사실상 신당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상진 교수가 안철수 신당에 힘을 실은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3일 한상진사회연구소에서는 직접 의뢰한 여론조사를 통해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지지율 1위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상진 교수는 지난 대선 직후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아 보고서를 펴내는 과정에서 야권 내 친노 그룹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대선평가보고서는 “후보인 문재인 의원의 정치역량과 결단력이 유약했다”라며 문 의원 이외에도 한명숙·이해찬·박지원·문성근 등 주로 친노 정치인에 의한 계파분열을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에 문재인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당 보고서는 편파 보고서’라며 “대선 패배는 당내 경선주자들의 비협조,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캠프 측의 무리한 요구 등이 원인”이라며 별도의 대선 평가를 담은 <비망록>을 출간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한상진 교수를 신당 전북지사 후보로까지 거론한다. 그러나 한상진 교수 측은 “한 교수가 관련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 그때마다 정치적 자문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직접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안 의원 쪽에서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는데, 그것마저 사양했다”고 밝혔다. 새정추 측은 “인물 영입 부분은 맞든 아니든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알려드릴 수 없다”라고 전했다. [수]
한상진 교수님, ‘안’으로 오세요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답답함을 벗고 이제야 정치인다운 행보를 보인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안 의원 행보가 눈에 띄게 빨라진 것은 윤여준 전 장관을 새정추 공동의장으로 영입하면서라는 세평이 많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이종현 기자
지난 11일 새정추 토론회 당시 한상진 교수는 주어진 발표시간 8분을 훨씬 넘겨 20분 가까이 신당에 대한 우려와 기대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이에 윤여준 의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한상진 교수님께서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뒤를 잇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씀하셨다. 제 생각을 대한민국의 석학께서 증명해주신 것 같아 감사드린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한상진 교수는 지난 13일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에서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안철수 의원을 초대하기도 했다. 원래 알려진 축사는 여야 싱크탱크 수장인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불참)과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었지만 당일 한상진 교수 옆자리를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안철수 의원이었다.
해당 토론회는 맺음말에서 “소통 대신 단절이 심한 양대 정당의 전면적 대립 양상은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 명확하다. 이 대립을 조정하고 완충하는 제3의 정당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며 사실상 신당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상진 교수가 안철수 신당에 힘을 실은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3일 한상진사회연구소에서는 직접 의뢰한 여론조사를 통해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지지율 1위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상진 교수는 지난 대선 직후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아 보고서를 펴내는 과정에서 야권 내 친노 그룹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대선평가보고서는 “후보인 문재인 의원의 정치역량과 결단력이 유약했다”라며 문 의원 이외에도 한명숙·이해찬·박지원·문성근 등 주로 친노 정치인에 의한 계파분열을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에 문재인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당 보고서는 편파 보고서’라며 “대선 패배는 당내 경선주자들의 비협조,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캠프 측의 무리한 요구 등이 원인”이라며 별도의 대선 평가를 담은 <비망록>을 출간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한상진 교수를 신당 전북지사 후보로까지 거론한다. 그러나 한상진 교수 측은 “한 교수가 관련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 그때마다 정치적 자문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직접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안 의원 쪽에서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는데, 그것마저 사양했다”고 밝혔다. 새정추 측은 “인물 영입 부분은 맞든 아니든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알려드릴 수 없다”라고 전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