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27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강금실 장관. 마치 3 일 후 검사들에게 보낼 편지에 대한 구상이라도 하듯 무 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인 백상창 정신과 전문의는 강 장관이 일선 검사들에게 보낸 편지를 이렇게 분석했다. 기자가 법무부 관계자에게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강 장관이 이메일을 통해 발송하기 직전까지 어느 누구도 이 편지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보실의 한 관계자는 “장관께서 전혀 사전 예고 없이 직접 컴퓨터 통신상에서 쓴 편지를 내부 통신망을 통해 바로 띄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따로 편지 원문이란 것도 있을 수 없으며, 우리들도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할 정도”라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검사들에게 전달된 편지에는 간혹 오·탈자가 섞여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백 소장의 분석대로 강 장관은 법무부 수장인 탓에 어쩔 수 없이 ‘철의 여인’ 같은 냉철함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속으로는 여전히 감출 수 없는 문학소녀 같은 기질을 드러낸 것일까.
백 소장은 “이 편지를 보면 법무장관으로서의 자신을 잠시 접어둔 채, 내심의 자리로 돌아가서 어떤 호소를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타인에게 말걸기’ ‘마음의 행로’ ‘느낌의 생애’ ‘눈사람’ 등의 표현은 어떤 환상과 지구상에 없는 이상세계에 대한 그리움을 추구하려는 내면세계의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강 장관이 편지 후반부에서 김수영의 싯구절을 인용하며 ‘전사’라는 용어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백 소장은 주목했다. 그는 “흔히 혼동되어 사용하는 ‘전사’와 ‘투사’라는 용어를 강 장관은 엄격히 분리한 채, 검사들에게 전사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이 편지를 쓴 강 장관의 실제 의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즉, 투사는 반민주적 정권하에서의 정치 검찰을 말한다면, 전사는 순수한 독립된 검찰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
그리고 전사를 매개체로 강 장관 자신과 검사를 동일시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 소장은 “이 글은 얼핏보면 가장 논리적이고 형식성을 중요시하는 검찰의 최고 수장이 쓴 글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을 만큼 비형식적이고 감성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검찰의 형식성을 파괴하기 위한 강 장관의 의도된 파격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