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장관이 검사에게 보낸 ‘연애편지’로 성격을 규정할 만큼 다분히 감상적인 어투의 이 편지는 ‘이 글을 읽는 검사님께’라는 제목으로 A4용지 2장 분량이었다. 발송 다음날인 7월1일 오전에 갑작스런 장관의 편지를 받은 검사들의 반응은 제각각. 화제가 된 강 장관의 편지 전문과 이에 대한 검사들의 반응을 알아봤다.
검찰 내부에서는 강금실 장관의 이메일에 대해 다양한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으나, 일각에서는 “여론 무마용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심도 나타냈다. 또한 몇몇 검사들은 편지 내용에 대한 논평 자체를 아예 꺼리기도 했고, 짐짓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에 응한 검사들의 요청에 따라 실명을 밝히지 않고 각자의 입장을 소개한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서울지검 A부장검사=“그동안의 강 장관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여성 장관 특유의 감성이 묻어 나는 편지였다. 다행스러운 점은 검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던 강 장관이 장관직을 맡으면서 현실에 보다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선 검찰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법무부 B검사=“최근 법무부 국제법무과에 재직했던 한 검사가 사표를 제출했다. 그 검사는 사표를 내면서 현재의 검찰개혁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 장관이 이를 의식하고, 평검사들이 동요할까봐 이번에 편지를 보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검 C검사=“처음 이메일 편지를 받았을 때는 미처 강 장관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메일을 읽으면서 ‘강 장관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글이 강 장관의 평소 말투와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편지를 보면서 검찰과 가깝게 지내려는 강 장관의 심중이 읽혔다. (강 장관이) 앞으로도 가끔 이런 편지를 보내줬으면 좋겠다.”
▲서울지검 D검사=“장관께서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느꼈다. 내용 자체는 정책이나 업무와 관계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서울지검 E검사=“편지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강 장관이 온 이후 호주제 폐지 문제 등에서 검사들과 의견이 맞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액션이 아닌가 싶다.”
▲서울지검 F검사=“편지를 보고 묘한 느낌은 들었지만, 언론에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서울지검 G검사=“검찰 내에서 각자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이해해달라.”
▲부산지검 H검사=“장관께서 솔직 담백하고 진솔한 편지를 보내온 것은 권위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편지를 보면 부임 직전 검사들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인상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편지에서 검사를 ‘눈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에서도 드러나듯 사심 없이 열심히 일하는 검사들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앞으로도 장관직을 수행하는 동안 이 마음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좀더 지켜봐야 알겠다”
▲부산지검 I검사=“장관이 공문이 아닌 문체로 편지를 썼다는 데 우선 참신함을 느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지만 장관을 맡으면서 검사들의 애로점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았다. 솔직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번 ‘평검사와의 대화’ 때만 해도 걱정스러웠다. 앞으로 검사와 장관의 관계가 불편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이번에 편지를 받고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웬 편지일까 싶어 좀 당황했다.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다. 좀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
▲부산지검 J검사=“이런 것에 대해 특별히 무슨 소감을 밝힐 필요를 못 느낀다. 그냥 ‘아무런 소감이 없다’는 정도로만 써 달라.”
▲대전지검 K검사=“신선했다. 사실 그동안 일선 검사들이 장관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지시 공문이나 언론을 통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그런 가운데 어느날 일하는 도중 메일이 화면에 떠서 상당히 놀랐다. 장관께서 취임 전 검사들에 대해 지녔던 선입견을 버리고 순수한 검사들의 모습을 인정하고 있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수원지검 L검사=“편지는 봤다. 하지만 소감에 대해선 답변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