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될 영화 많이 건 게 잘못됐나요’
삼성반도체공장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되면서 삼성과 CJ의 또 다른 갈등설이 확산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공판 과정 속에서, 또한 상고를 포기하며 이 회장 측에 화해의 손짓을 했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이 전 회장이 주위의 만류도 있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 관계라고 생각해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며 “소송기간 내내 말했던 화해의 진정성에 관해서는 더 이상 어떤 오해도 없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회장 측도 “원고(이맹희 전 회장) 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삼성가 유산 상속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지난 2년간 이어져오던 삼성그룹과 CJ그룹 사이의 갈등도 일단락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사실 소송기간 동안 두 기업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사사건건 서로를 견제하는 등 신경전이 치열했다. 정보전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그랬다.
그런데 삼성은 최근 CJ CGV 스크린과 CJ E&M 방송의 광고 물량을 줄였다. 올해부터는 CGV에 삼성 광고가 모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극장 스크린 광고는 1년에 100억 원 수준이다. 이처럼 CJ CGV에서 삼성 광고가 빠지자 영화, 방송 등 미디어 시장에서 삼성과 CJ 사이에 또 다른 갈등설이 불거졌다. 삼성반도체공장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하면서부터 ‘설’은 더욱 확산됐다.
<또 하나의 약속> 상영관 배정을 둘러싸고 삼성그룹의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극장에 대한 외압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불거진 가운데, CGV는 다른 멀티플렉스들보다 많은 극장에서 상영을 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CGV는 삼성의 광고를 받지 않기에 광고 수주에 대한 압박이 적었다는 것이다.
실제 개봉 3주차에 들어선 <또 하나의 약속>은 지난 2월 28일 기준으로 CGV 전국 111개 극장 중 36곳에서 상영하고 있었다. 서울 지역만 해도 강남·용산·김포공항점 등 7군데에 달했다. 롯데시네마가 전국 99개 극장 중 15군데, 전국 60개 극장을 가진 메가박스가 15곳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그나마도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외압 논란이 있었던 개봉 초기보다 개봉관이 늘어난 수치였다. 현재 <또 하나의 약속>은 지난 2월 26일 기준 누적관객수 46만 명을 넘어서며 박스오피스 9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삼성그룹은 상영관 배정 외압설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멀티플렉스극장들은 나름의 손익 판단에 의존해 상영관을 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CGV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스크린 수를 가지고 있다. CGV 입장에서는 영화를 걸 수 있는 만큼 건 것이다. 이를 두고 누가 외압 때문에 많이 상영한다, 적게 상영한다고 이야기하는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CJ그룹에서도 삼성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또 하나의 약속> 상영관을 배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CJ그룹 관계자는 “CGV 극장 내 영화 상영관 배분은 실무적 차원에서 결정된다”며 “흥행이 잘될 것 같은 영화를 많이 상영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