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상임위원회를 주재하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
최병렬 대표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최근 최 대표측과 비주류 간에 당무감사 공개 파문으로 일전이 벌어졌다. 명분이 없는 비주류가 완패한 게임이었고 지지율도 덩달아 올랐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내분이 더 격화되더라도 확실하게 물갈이를 진행시켜야 한다. 그래야 영남권에서도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내분이 있더라도 끝까지 물갈이를 진행해야 여권의 올인 전략에 맞설 수 있는 명분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권의 ‘동남풍’ 전략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 듯한 분위기가 더 역력해 보인다. 먼저 노 대통령의 ‘실정’으로 여권이 바라는 큰 바람이 영남지역에는 전혀 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의 브랜드 자체가 이번 영남 지역 선거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치를 똑바로 해야 선거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어가는 것 아닌가. 지금 영남지역에서는 노 대통령 하면 모두 웃는 분위기인데 어떻게 바람이 일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면서 “만약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다면 더 모양새가 우습게 될 것”이라며 여권의 올인 전략을 폄하했다.
앞서의 최 대표 측근도 “노 대통령의 영남 선거 전략이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겨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부산·경남에 올인을 하면 할수록 새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당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역연고를 이용해 또 다른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런 구태정치를 영남 유권자들이 제대로 가려 심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마냥 느긋하게 여권의 동남풍 전략을 바라보고만 있다가는 큰코 다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여권은 청와대의 거물급 인사들을 대부분 영남지역에 투입할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럴 경우 선거 구도가 지역의 인물 대결로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영남권 중진들이 물갈이로 대거 ‘낙마’하게 될 경우 한나라당의 새로운 후보들이 청와대 출신 거물급들과 상대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런 점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최 대표의 한 측근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영남으로 몰려올 경우 중간급 정도의 태풍은 몰아칠 것으로 본다”고 전제하면서 “한나라당도 중량급 인사들을 대거 내세워 맞불을 놓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근원적 고민은 외부인사 ‘수혈’에 있다. 물갈이만 해놓은 뒤 당장 선거를 이끌 개혁적인 인물을 끌어오지 못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인 김문수 의원도 이에 대해 “영남권은 우리당의 텃밭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원들이 당선 이후 지역구 활동을 소홀히 했다. 마치 열대 지방에서 누워서 야자수 열매를 따먹는 격이었다. 적색 경보가 켜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또한 김 의원은 외부인사 영입에 대해서도 어려움이 많음을 나타냈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좋은 인물은 많은데 본인들이 고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고민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영입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물갈이에 성공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내세우지 못할 경우 이번 총선에서 여권의 동남풍에 허리가 휘청거릴 위험을 여전히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