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심리게임이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다가가서 마음을 빼앗아야 하며, 동성 출연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또 자신은 마음이 없지만 호감을 표하는 이성 출연자와의 관계를 설정해 나가야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짝이 탄생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적이지만 그 과정은 철저한 극도의 심리게임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출연자들끼리 이성교제라는 민감한 사안을 두고 꼬이고 얽힌 상황이 연속되는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 출연자들도 분명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애정촌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제작진이 이런 부분을 충분히 감안해서 촬영을 진행했겠지만 5일 새벽 벌어져선 안 되는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하예동 소재의 한 펜션에 애정촌을 꾸리고 ‘짝 제주도 특집’ 촬영을 진행하던 도중인 5일 새벽 2시경 여성 출연자 가운데 한 명이 사망했다. 목을 맨 채 발견된 여성 출연자는 ‘부모님께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확한 사망원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마지막 촬영을 앞둔 시점이었음을 감안할 때 <짝> 촬영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들이 고인의 자살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사실 우울증 등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보다 철저한 관리와 보호가 절실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4박 5일 동안 모든 출연자가 애정촌에서 함께 지내는 만큼 지병이나 알레르기 등 개인의 건강관리와 관련된 사안도 제작진이 미리 챙겨야 하는 대목이다. 물론 제작진이 그 동안 촬영 과정에서 충분히 이런 부분을 관리했을 것이다.
이번 <짝> 출연자 사망사고로 인해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이런 출연자 안전장치가 확실하게 마련돼 있었는지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극도의 심리게임인 ‘애정촌에서의 4박 5일’을 보내는 동안 확실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엄청난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
일부 네티즌들은 <짝> 제작진이 출연자 보호보다는 프로그램을 보호하는 데 더 급급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근거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출연 신청서다. 출연 신청서에는 신청인의 프로필을 게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여기에는 본인의 인적사항은 물론이고 연봉, 소유재산, 차종, 심지어 부모의 직업까지 적도록 돼 있다.
또한 7가지 추가 질문사안이 있다. 이 가운데 3가지는 현재의 이성 교제 유무와 가장 최근 이성 교제에 대한 부분이다. 실제로 자신의 짝을 찾는 솔로들만을 출연 대상으로 삼기 위한 질문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결혼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다.
그 외의 질문 3가지는 방송 관련 부분이다. 타 방송, 특히 <짝>과 같은 미팅 프로그앰 출연 여부를 구체적으로 묻고 있다. 그 다음 질문은 쇼핑몰 운영 이력이다. 몇 차례 출연자들이 쇼핑몰 홍보 목적으로 출연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한 보호책으로 보인다. 마지막 질문은 방송출연에 있어 부적합한 과거 혹은 불미스러울 수 있는 일을 묻는 질문이다. 이 부분 역시 몇 차례 출연자의 부적절한 과거와 불미스러운 일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야기했던 데 대한 보호책으로 보인다.
물론 지병이나 알레르기 등의 개인 건강 관련 사안은 출연이 결정된 이후 제작진이 개별 미팅을 통해 확인했을 수도 있지만 출연신청사에는 이런 개인 보호 관련 질문은 전무한 데 반해 프로그램을 논란으로부터 보호하는 질문은 3개나 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