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 도와주십시오” 전공의 비상대책위원장의 간곡한 호소
상급 종합병원 ‘빅 5’에 해당하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도 파업에 동참했다.
지난 3일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을 예고하면서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일각에서는 ‘일부 개원의들의 파업 참여가 있을 뿐, 대학병원의 참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표적인 대학병원 연세대 세브란스 측 전공의들이 파업 참가 입장을 전격 밝히면서 파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세브란스 전공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오전 “얼마 전 기자가 물었다. (파업 참여하면) 검찰 강경 대응 한다는데 두렵지 않느냐고. 사실 두렵고 겁이 난다. 나는 가진 게 의사면허 밖에 없다. 하지만 (파업) 하겠다”며 “대의가 있고, 이제 전공의들의 투쟁 참여 의사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비상대책위원장은 “11만 명의 선배님들이 계신다. 지금 후배들이 나서고 있다. 선배님들, 부디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 전공의 비상대책위원장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각과 의국장들은 10일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진료인력을 제외한 모든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세브란스 전공의 파업 참여가 결정되자 세브란스 측에선 9일 오후 소속 교수진들에게 “현재 병원방침은 전공의 파업으로 인하여 수술환자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무리해서 수술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 외래, 수술 모두 전공의들이 안 들어오니 진료에 참고바란다”고 즉시 통보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세브란스의 한 교수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공의들이 파업 참여를 결정한 이상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수술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멀리 본다면 국민 건강을 위해선 박근혜 정부의 '보여주기' 식 의료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며 "대의를 위한 결정이니 만큼 후배들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파업 기간 긴급한 환자들을 보살피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브란스 이외에도 고려대의료원, 경희의료원, 중앙대병원, 순천향대병원, 길병원 등 대학병원 소속 전공의들도 의료계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대해 노환규 의사협회 회장은 "의사들이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더 이상 잘못된 의료제도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만큼은 반드시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꿔야겠다고 굳게 결심한 의사들이 시작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