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에어 마로크 실연당한 조종사 ‘산으로 돌진’
▲ 이집트 항공 990편
1999년 10월 31일, 뉴욕 JFK 공항을 출발해 카이로로 향하던 이집트 항공 990편이 대서양 상공에서 추락했다. 3만 6000피트 상공에서 30초 만에 지상 1만 9000피트에 도달했던 비행기는 곧 레이더에서 사라졌고, 이 사고로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던 승무원과 승객 217명 전원이 사망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추락했던 것.
여러 해에 걸친 조사 끝에 당시 합동조사팀이었던 미 교통안전위원회(NTBS)는 지난 2002년 이집트 조종사의 ‘자살 비행’으로 결론지었다. 기내음성기록장치(CVR)를 분석한 결과, 추락 직전 부기장이었던 가밀 알 바토우티가 되뇌었던 혼잣말이 자살을 의심케 한다는 것이었다.
음성기록에 따르면 바토우티는 기장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 자리를 비우자 곧 “신에게 맡긴다”라고 낮게 말한 후 “알라는 유일신이며, 모하메드는 그의 예언자다”란 기도문을 암송한 후 자동비행장치의 전원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는 비행기가 완전히 추락할 때까지 계속해서 기도문을 되뇌었다.
바토우티가 이렇게 자살을 기도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직장으로부터의 해고 통보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집트 항공사로부터 간통에 대한 문책을 받았던 그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기장이었던 하템 러시디가 “이번 비행이 아마 자네의 마지막 비행이 될 것”이라고 말하자 “당신에게도 역시 마지막 비행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 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이집트 측은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사고 원인이 보잉 767기의 결함으로 밝혀지자 보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추락 원인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바토우티의 가족 역시 “이슬람교에서는 자살을 금기시한다. 이슬람교 신자들인 조종사들은 일정 고도에 오르면 으레 기도문을 암송한다”라고 주장했다.
▲ 모잠비크 항공 TM470
지난해 추락한 모잠비크 항공 TM470.
지난해 11월 29일 모잠비크 마푸토에서 앙골라 르완다로 향하던 모잠비크 항공 TM470편이 아프리카 남서부에서 추락했다.
당시 날씨는 폭우가 쏟아지긴 했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으며, 항공기 역시 1년밖에 안 된 첨단 기종이었다. 다시 말해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실수는 아니었던 것.
ASN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추락 사고는 충분히 의도된 것이었다. 사고 여객기는 분당 6000피트의 속도로 지상으로 돌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종실 음성기록장치의 기록에 따르면 충돌 몇 분 전 부기장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벌어졌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종실 문을 걸어 잠근 기장은 자동비행장치의 전원을 끈 채 수동으로 비행기를 조종했으며, 블랙박스에는 부기장으로 추정되는 누군가 조종실 문을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또한 충돌 직전까지 어떤 구조 신호도 송출되지 않았던 것도 물론이었다.
기장이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었다. 그저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었으며,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 로열에어 마로크
1994년 한 젊은 조종사의 자살로 승객 44명이 동반 비극을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모로코 출신의 32세 기장이 조종하던 로열에어 마로크 항공기가 모로코 아가디르에서 이륙한 직후 산과 충돌해 폭발했던 것.
당시 기장은 의도적으로 자동비행장치를 끈 채 수동으로 비행기를 조종해 산으로 돌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실연에 따른 상처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일본 항공
1982년 추락한 일본 항공기.
1982년 일본 항공의 세이지 가타지리 기장이 어떤 이유에선지 도쿄 하네다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역추진 장치를 작동했다. 이로 인해 비행기는 바다 속으로 추락했으며, 조종실 음성기록장치에는 당시 부기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제발 그만두세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기록되어 있었다.
다행히 활주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추락했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적었다. 수심이 얕고, 비행속도가 느린 편이었기 때문에 승객 147명은 대부분 무사했다.
일본 항공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가타지리가 ‘정신신체적 질환’을 앓고 있다고 시인했다. 1980년 건강 검진에서 문제가 드러났지만 가타지리 본인이 극구 비행기 조종을 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해서 계속 조종대를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