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 골목’에 후보들 북적…이유 있었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빅3의 캠프들. 왼쪽부터 정몽준 후보의 용산빌딩, 김황식 후보의 대하빌딩 캠프 내부 모습, 김 후보와 같은 대하빌딩 외부에 이혜훈 후보의 현수막이 내걸린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번 대하빌딩에 이혜훈 김황식, 두 후보가 나란히 들어서자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하빌딩은 박근혜 대통령이 캠프로 썼던 곳이고 명당으로 소문나 있다”며 “여의도에서 일하다보면 유독 당선자를 많이 배출해내는 건물이 있는데 아무래도 어떤 기운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큰 선거 때마다 각 후보 선거사무소들은 국회의사당을 마주보고 있는 건물 밀집 지역에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한정된 건물에 입주한다. 건물 밀집지역에 큰 사무실을 가진 건물도 몇 개 없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는 교차로를 중심으로 일종의 ‘정치 골목’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중심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당사가 거리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곳으로, 국회대로 70길과 68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두 당을 중심으로 과거부터 당선자들을 배출해낸 명당들이 밀집해있다.
같은 건물을 쓴다고 해도 당선자와 낙선자의 희비가 엇갈리지만, 한 건물 내에서 동시에 여러 명의 당선자가 나오기도 하고 낙선자가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선거 캠프 ‘명당의 조건’은 무엇일까. 지난 20일 <일요신문>은 30년 넘게 동약철학과 풍수지리학을 연구한 ‘철학사’ 박계령 씨와 함께 여의도 건물들을 살펴봤다.
명당으로 소문난 지역은 건물이 밀집된 블록들 중에서도 가장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박계령 씨는 건물들을 살펴보면서 “여의도는 섬이라 산이 없고 불안정한 지역”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살풍(殺風·북풍)을 막기 위해서는 주변 건물들이 가까이 위치해 있어 바람을 막아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살풍’을 막는 건물로는 극동VIP빌딩이 첫손에 꼽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 캠프로 사용되며 대통령을 배출해낸 극동VIP빌딩은 현재 정의당 당사가 위치한 동아빌딩이 뒤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모습이다. 박 씨는 “살풍을 막아줄 뿐 아니라 출입문도 남향이라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해낸 대하빌딩은 어떨까. 박 씨는 “북쪽에 있는 극동VIP빌딩이 살풍을 막아줘야 하는데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어 극동VIP보다는 보국(保局·살풍으로부터의 보호)이 안 되는 편이다. 서향으로 나 있는 정문보다는 뒤쪽이 정문인 것이 좋지만 뒤쪽에도 문을 내서 괜찮은 건물”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옆의 용산빌딩에 대해서는 “양 옆 건물이 바람을 막아줘 좋은 건물이지만 문의 방향이 서향이다. 오히려 동쪽에 문을 냈으면 좋았을 텐데 뒤에도 건물이 있어 문이 없기 때문에 아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용산빌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캠프가 있었던 곳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캠프로 사용했던 금강빌딩은 다른 건물보다 낙후돼 보였지만 지리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 씨는 “양 옆에 있는 건물이 살풍을 막고 문이 동향이다. 출입문을 보면 길보다 조금 높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런 모양의 출입구가 지리상으로 좋다”고 평했다.
지난 대선 때 정몽준 김문수 후보가 나란히 같이 입주했던 남중빌딩도 옆에 카페 건물이 별도로 만들어져 ‘보국’이 잘됐다는 평을 받았다. 박 씨는 “카페 건물을 남중빌딩으로 보지 않고 별도로 본다면 보국이 잘되는 편이다. 입구가 정남향은 아니고 남남서 방향이지만 문이 거리보다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당사로 쓰고 있는 신동해빌딩에 대해서는 “보국과 문 방향도 괜찮지만 너무 높은 층은 지양해야 한다. 땅의 기운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동해빌딩은 지난 대선 때 11층에 손학규 후보가, 3층에 김두관 후보가 캠프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당사의 ‘기운’은 어떨까. 현재 새누리당이 있는 한양빌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출한 새정치국민회의의 당사이기도 했다. 한양빌딩 맞은편에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외곽 지지세력인 ‘서울희망캠프’가 있었던 대산빌딩이 있다. 대산빌딩은 현재 민주당이 입주해 있다.
건물만으로 봤을 때는 한양빌딩보다 대산빌딩의 위치가 더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박 씨는 “한양빌딩은 보국이 안 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위치라 이곳에서 잘 된다 해도 풍파가 많고 대산빌딩은 상대적으로 보국이 잘 돼 있어 안정적인 위치”라고 평가했다. 층수는 새누리당이 더 좋은 편이다. 새누리당은 3층부터 당사를 사용하고 있고 민주당은 11층에 있다.
박 씨는 건물 하나만으로는 명당과 흉당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건물의 층수도 중요하다. 본인에게 맞는 층도 따로 있다. 풍수리지적으로 주로 3층 이하가 땅의 기운을 받기 때문에 좋다고 평가한다”며 “후보의 사주와 건물의 궁합도 봐야 한다. 사무실 내부 배치와 후보가 앉는 자리도 모두 고려해야 본인에게 맞는 명당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새누리 서울시장 후보 빅3 캠프 내부 풍수는? 속까지 알찬 ‘정’ 기 팍팍 받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빅3(이혜훈 김황식 정몽준)’의 선거 캠프 내부 풍수지리는 어떤지 평가해봤다. 세 후보 캠프가 입주한 건물은 모두 대통령들을 배출한 명당 건물로 손꼽힌다. 기자는 철학사 박계령 씨와 함께 대하빌딩 6층의 김황식, 7층의 이혜훈 후보와 용산빌딩 3층의 정몽준 후보 사무실을 방문했다. 정 후보의 사무실은 아직 개소 전이라 각 방 내부까지 보지 못하고 구조만 파악할 수 있었다. 가장 좋은 사무실 구도로 꼽힌 곳은 정몽준 의원 사무실이다. 용산빌딩 3층을 통째로 쓰고 있는 정 의원의 선거사무소는 접대실에서부터 후보실까지 작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여러 방들로 나뉘어 있다. 박 씨는 “3층이어서 땅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층수이고 사무실 내부 배치가 잘 돼 있다. 후보가 있는 방이 맨 안쪽 오른쪽인데 출구로부터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후보가 앉으면 좋은 자리다. 대하빌딩보다 용산빌딩 자리가 안 좋지만 사무실 구도는 가장 좋다”고 호평했다. 건물 위치로는 좋다는 평을 받은 대하빌딩의 김황식 이혜훈 후보의 사무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층수가 모두 5층 이상이라 땅의 기운을 받기 어렵다는 단점과 함께 후보가 앉는 자리도 좋은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황식 이혜훈 후보는 층수만 다를 뿐 같은 호실의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박 씨는 “이혜훈 후보 사무실의 경우 이 후보 사무실이 있는 곳보다는 입구에서부터 오른쪽 끝에 위치하는 게 사택이 더 알맞다”고 설명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