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나는 내가 말하는 모든 것, 내가 하는 모든 일, 내가 말하는 모든 상대, 창작이나 사랑 또는 우정의 모든 표현이 기록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진실을 말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을 폭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에드워드 스노든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열렬한 수호자다. 그는 IT 천재이자 수배대상 1순위, 존경받는 내부고발자이자 국익을 무시한 반역자라는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번역, 발간된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프롬북스 간, 1만 5000원)에는 그가 밝히고자 했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스노든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29세의 전직 CIA, NSA 요원이다. 그는 미국의 NSA가 무차별적으로 수집해오던 불법 도청 및 감찰기록과 프리즘 감시 프로그램 등의 국가기밀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로서, 2013년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으며, 2014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13년 6월 홍콩에서 스노든은 <가디언> 기자들과 비밀리에 접선을 했다. 이 자리에서 스노든은 미국 NSA과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에서 빼낸 수백만 건의 일급비밀 문서의 실체를 알렸다. 즉 NSA가 수백만 명으로부터 전화 기록, 이메일, 표제 정보와 제목 등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애플에 이르기까지 상당수의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NSA와 엮여 있고, NSA는 이들 거대 기술기업의 서버에 ‘직접’ 접근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심지어 안전한 은행거래 업무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되는 온라인 암호 소프트웨어에도 은밀히 접근함으로써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들고, 어디에서든 전 세계 모든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무한정 저장함으로써 인터넷을 정복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폭로였다.
1999년 9․11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는 국회를 통해 애국자법(Patriot Act)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키고, 동시에 전통적인 NSA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새로운 작전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전화 통화, 전화 메타데이터, 이메일과 웹 검색 같은 인터넷 통신, 인터넷 메타데이터 등의 자료를 무제한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작전의 중심에는 ‘인터넷 정복’을 꿈꾸는 영국의 GCHQ가 있다. GCHQ의 최종 목표는 ‘언제, 어디서든 모든 전화를 도청’하는 것이다.
NSA와 GCHQ가 벌인 것으로 드러난 정보수집 활동은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다.
GCHQ는 2009년 런던에서 열린 두 차례의 G20 정상회담에서 외국 지도자들을 도청했다. 노동당 국무총리 고든 브라운과 외무장관 데이비드 밀리밴드가 이 도청행위를 분명하게 승인했다.
심지어 NSA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전화를 2002년부터 무려 10년 동안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독일의 시사잡지 <슈피겔>은 NSA가 수많은 독일인들의 통신정보를 일상적으로 수집한다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NSA는 우방국의 대사관까지도 감시했다. 스노든이 유출한 2010년 9월자 파일에 따르면 그 대상은 38개로서 EU 공관들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대사관을 비롯해 일본, 멕시코, 한국, 인도, 터키 같은 미국 동맹국이 포함됐다.
지은이 루크 하딩은 기자 겸 작가로 <가디언>에서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기자상을 받은 바 있다. 2007년에서 2011년까지 <가디언>의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냈다. 러시아 정부는 냉전 종식 이래 처음으로 기자 신분인 하딩을 자국에서 추방하기도 했다.
채찬수 기자 chanc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