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 같은 무인 러브호텔은 현재 부천, 파주, 안양, 수원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대거 늘고 있다. 기존 러브호텔들도 무인 러브호텔 형태로 변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요신문>은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무인 러브호텔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현장 취재에 나섰다.
기자가 무인 러브호텔 취재를 위해 찾은 곳은 최근 신 유흥 중심지로 부상한 수원 인근에 소재한 J호텔이었다. 이 호텔은 국내 최상급 무인 호텔로 소문난 곳이다. 호텔은 수원 올림픽공원에서 3백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현재 J호텔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하는 일본식 시스템을 도입한 프랜차이즈로 서울 방배동, 분당, 수원, 청원 등 전국 17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J호텔은 외관상 세련되고 깨끗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호텔은 대지가 1천3백여 평에 룸은 40개였다. 호텔은 입구에서부터 철저하게 고객들의 안전이 보장되도록 꾸며져 있었다.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호텔 정문 앞을 대리석 미로로 가려 놓았다. 커플 손님들의 외부 노출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게 호텔측의 설명.
1층 로비에는 여느 호텔과 마찬가지로 안내 프런트가 있었지만, 종업원은 없었다. 로비에 들어서자 안내 프런트쪽에 설치된 멀티비전이 켜졌다. 종업원 역할을 하는 감지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었다.
멀티비전에는 투숙하고 싶은 룸과 관련된 ‘메뉴판넬’이 있었다. 룸별 내부 사진과 가격, 인테리어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이를 보고 취향에 맞는 룸을 택하면 투숙절차는 끝난다. 이 같은 메뉴판넬은 승용차를 이용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고객들을 위해 지하 1층에도 설치돼 있었다. 외국인들을 위해 5개 국어로 된 음성, 문자 서비스 기능도 갖춰져 있었다.
룸은 일반실, 준특실, 특실, VIP실 등 네 가지. 가격도 일반 모텔보다는 다소 비싼 편이었으나 예상보다는 저렴했다. 일반실의 경우 ‘숏타임’(3시간)은 4만원, 1박은 6만원이었다. 특실은 1박에 7만∼8만원. VIP실은 1박에 10만원이었다. 호텔측은 “투숙절차가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해 가족단위 투숙객이나 외국 비즈니스맨들도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찾은 때가 낮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룸의 절반 이상이 찬 상태였다. 일반룸은 ‘매진’이었다. 업소측에 따르면 새벽에 투숙한 커플도 많다는 것이다.
▲ (왼쪽 위)멀티비전 보며 체크인. (왼쪽 아래)룸에 설치된 속옷·스타킹 자판기. (오른쪽)야외 노천탕까지 갖춰져 있다. | ||
룸에 들어서자 문이 저절로 잠겨 버렸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고 힘을 줬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객실 이용 설명서에 의하면 방 안에서 객실료를 결제해야 문이 열리도록 돼 있었다.
객실은 전체가 ‘멀티 플렉스’였다. 28평 룸에 초고속 인터넷과 DVD, VOD, 노래방 시스템과 52인치 초대형 PDP는 기본이었다. 침대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침대가 들썩거렸다. 침대는 자동으로 오므라들기도 하고 펴지기도 했다.
욕실에는 스팀 샤워기부스와 2인용 욕조가 구비돼 있었다. 2인용 욕조에선 거품 목욕과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압권은 암반폭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야외 노천탕이었다. 짜릿한 섹스를 꿈꾸는 커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바위에서 격정적인 섹스를 즐길 수 있도록 돌의 모서리도 둥그렇게 다듬어 놓았다.
야외 노천탕에서 돌발적인 ‘일’을 치르다 옷이 젖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간혹 파트너가 흥분을 감추지 못해 속옷을 찢는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었다. 여성용 속옷과 스타킹 자판기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성을 배려한 흔적도 눈길을 끌었다. 최신식 여성 전용 세정기가 비치돼 있었으며, 고가 명품 화장품도 화장대 위에 진열돼 있었다. 화장품 가운데는 유명 노화 방지 화장품도 있었다. 화장실을 욕실과 분리시켜 여성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꾸며둔 점도 이채로웠다.
결제는 룸 내부 자동 정산 기기에서 이루어졌다. 정산 버튼을 누르면 객실 요금과 음료수, 과자 등 각종 부대 요금이 계산돼 화면에 나타났다. 요금을 정산하자 그제서야 ‘딸칵’하고 출입문이 열렸다.
퇴실하는 과정도 객실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였다. 퇴실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 출구를 통해 은밀하게 호텔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호텔을 나오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