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암 유전자 검사를 놓고 암 환자와 가족 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와 국립암센터 암 정책지원과 박종혁 과장 연구팀이 2011년 암 환자.가족 990쌍을 대상으로 암 환자와 가족은 암 유전자 검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조사,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왼쪽부터 신동욱 교수, 박종혁 과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가 치료 받고 있는 암에 대한 유전적 정보를 알 수 있는 검사가 있다고 가정할 때 환자가 검사를 받는 것에 동의하는지에 대해 대부분 환자(87%)와 가족(86%)은 환자가 검사를 받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22.5%의 가정에선 환자는 동의하지만 가족은 반대하는, 가족은 원하지만 환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 중 유전적 정보에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직계 가족(자녀, 형제)이 검사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다수의 환자(92%)와 직계 가족(83%)은 좋다고 답했지만, 22%의 가정에선 환자와 직계 가족 간 의견이 달랐다.
‘환자가 암감수성이 있다’는 검사 결과를 확인했을 때, 이를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알릴 생각이 있는지도 물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환자(93%)와 가족(93%)은 검사 결과를 말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누가’ ‘언제’ ‘누구에게’ 말할지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누가’ 말할지와 관련해 ‘환자가 검사 결과를 숨길 때는 의료진이 환자 동의 없이도 가족에게 검사 결과를 알릴 수 있다’는데 66%의 환자와 가족(각각)은 동의했지만, 42%의 가정에선 양측 간 의견이 불일치했다.
이는 환자와 가족은 물론 의료진에게도 심각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게 연구진은 분석이다.
신동욱 교수는 “환자가 암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하고 결과를 가족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앞으로 검사가 진료의 일부로 보편화 된다면 이러한 갈등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향후 검사로 인한 가족 간 갈등과 윤리적인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종혁 과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짧은 암 진료 환경에서는 환자와 가족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치료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며 “향후 암 치료 결정과정에서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가족문화 특성을 고려한 암 진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인 ‘임상유전학(Clinical Genetics)誌’에 발표됐다.
한편 지난해 외국의 한 유명 배우가 암이 발견되지도 안은 멀쩡한 유방을 절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배우는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특정 유전자가 유방암에 취약한 것을 알고 예방적 수술을 받았다. 이에 암 유전자를 확인하는 검사가 있는지 문의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지만 아직까진 이러한 검사가 진료 현장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진 않다는 게 서울대병원측의 설명이다.
송기평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