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땅 160만평 여의도 면적 2배
건설회사 대표이사 출신인 박덕흠 의원(원안)은 부동산 자산만 268억 원으로 현역 의원 중 1위다. 위 사진은 박 의원 소유의 서울 잠실동 일대 부동산 전경. 박은숙 기자
흔히 땅 크기를 가늠할 때 자주 인용하는 것이 국회가 있어 정치권을 상징하는 여의도 면적(2.9㎢·약 87만 평)이다. 19대 국회의원이 소유한 토지 면적을 모두 합하니 공개된 것만 약 5.3㎢(160만 평), 여의도 면적의 1.8배에 달했다. 신고한 금액으로는 10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상당수 의원들이 ‘독립 생계’를 이유로 부모나 자녀의 재산내역을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땅값 높기로는 전 세계에서 뒤지지 않는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역시 국회의원 땅이 곳곳에 있다. 19대 의원들은 서울에 2만 2500㎡(6800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단연 눈에 띄는 이는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이었다. 건설회사 대표이사 출신인 박덕흠 의원은 현역 의원 가운데 부동산 자산만 268억 원으로 부동의 1위다. 그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196번지 일대에 1712㎡(500평) 규모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땅값만 184억 9900만 원에 달한다.
땅값으로 박 의원이 1위라면 서울에서 가장 넓은 땅을 소유한 이는 경기지사 출마선언을 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경기 수원병)이었다. 남 의원은 종로구 평창동 일대에 1만 4037㎡(4253평)을 갖고 있다. 값으로 따지면 1억 2914만 원. 상대적으로 그리 비싼 곳은 아니다.
경기도 역시 국회의원 땅 43만㎡가 존재했다. 눈에 띄는 이는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 전설적인 탁구선수 출신인 이 의원은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 8004㎡, 24억 5700만 원 상당의 공장용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 의원 다음으로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부산 영도구)이 경기도 고양시 오금동 일대에 24억 1600만 원어치의 땅을 갖고 있었다.
부산·경남은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부산 금정구)을 따를 자가 없었다. 동일고무벨트 대주주인 김 의원은 정몽준·안철수 의원 다음으로 재산이 많다. 부동산 역시 200억 원이 넘는데 가장 비싼 땅은 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 일대 1만 8047㎡로 가격은 21억 3900만 원이었다. 김 의원은 또한 경상남도에서도 가장 넓고 가장 비싼 땅을 갖고 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일대 70만 2600㎡로, 가격은 42억 4700만 원에 달한다.
대구광역시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청도)이 돋보였다. 최경환 의원은 대구 동구 율하동 일대에 3709㎡(3억 2300만 원), 대구 북구 칠성동 일대 227.9㎡(2억 8000만 원)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구광역시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은 단 1명도 없었다.
반면 경상북도에서는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도내 가장 비싼 땅을 소유한 이가 새누리당이 아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정세균 의원이라는 것이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포항시 북구 장성동 일대에 6만 4790㎡(1만 9600평) 임야를 소유하고 있다. 가격은 20억 849만 원으로 신고했다.
왼쪽부터 이에리사 의원, 정세균 의원, 주영순 의원.
충청권에서는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의 이름이 상위로 올라온다. 특히 충청북도는 새정치연합 의원들 보유 토지가 38만 7000㎡, 새누리당 의원들 것은 4만 4500㎡에 불과해 격차가 컸다. 충북에서는 오제세 새정치연합 의원(청주 흥덕갑)이 청주시 수동과 오창읍 일대 6억 7000만 원에 달하는 토지를, 충남에서는 역시 새정치연합의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이 천안시 적산읍에 7억 8000만여 원 상당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호남권에서는 새누리당 의원 땅을 찾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유독 한 사람이 도드라졌다. 전라남도에서 가장 비싼 땅의 주인인 주영순 의원(비례대표, 새누리당 전남도당위원장)이다. 주영순 의원은 전남 목포시 연산동 일대 1만 9300㎡의 대지·잡종지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가격을 합하니 22억 7600만 원에 달했다. 전라북도는 크게 눈에 띄는 땅은 없었으나 새누리당 소속인 류지영·서청원·이강후 의원이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최근 중국 자본 등 국제적인 부동산 투자처로 각광받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가장 비싼 땅을 가진 의원은 누굴까. 앞서 등장했던 남경필 의원이었다. 남 의원은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 일대 1만 3870㎡, 7억 원대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땅 부자인 박덕흠 의원과 지난 대선 야권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역시 제주도에 각각 1000평, 340평 규모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서윤심 인턴기자
지역구와 땅 소재지의 상관관계 지역 ‘표심’과 그들 ‘땅심’은 별개 지역 ‘표심’과 국회의원의 ‘땅심’이 일치하진 않았다. 재적의원 298명이 소유한 토지의 지역별 분포와 지역구를 비교 분석해보니 여야 의원의 ‘땅 사랑’은 지역구에 크게 상관이 없었다. 여당 소속 의원이 한 명도 없는 호남권(전남·전북·광주)과 제주도 지역에도 그들의 땅이 수만 평씩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야당이 전패한 강원지역에도 제법 많은 땅이 야당 소속 의원들의 소유다. 야당 의원들도 지역 표심과 관계없이 전국에 두루 땅을 갖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당이 우세한 강원도의 1만 7000㎡(5200여 평)은 야당 소속 의원들의 소유다. 경상권(경남·경북·대구·부산·울산)에선 야당 의원이 단 3명뿐이지만 8명의 야당 의원이 60만㎡(18만 평)의 땅을 가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홍의락 의원은 50만㎡가 넘는 경북 봉화 지역 땅을 보유했다. 이 지역은 홍 의원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때문인지 경북지역에 땅을 가진 의원들 중에서도 단연 ‘톱’이다. 새누리당에서도 홍 의원보다 넓은 땅을 가진 사람은 김세연 의원이 유일하다. 여야의 ‘땅 빈부차’는 전국적으로 두 배 정도다. 여당 의원 소유의 땅이 야당 의원의 땅보다 두 배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역별 편차는 있다. 가장 큰 빈부차를 보이는 곳은 강원도다.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인 강원도는 땅에서도 그 세력 판도를 볼 수 있다. 여당 의원 소유의 땅이 야당 의원의 그것보다 37배 많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가진 강원도 땅은 63만 6000㎡. 새정치연합은 1만 7200㎡이다. 국회의원 땅부자 랭킹 1위인 박덕흠 의원은 강원도 홍천에 34만㎡가 넘는 토지(전답임야)를 갖고 있다. 이밖에도 평창 출신의 염동열 의원은 고향 땅 23만㎡를 그의 소유로 신고했다. 여당 강세 지역이라고 여당 의원 땅이 많으라는 법도 없다. 야당이 대체적으로 우세한 서울에서도 땅에서만큼은 여당이 17배 정도 많다. 야당 우세의 경기·인천 지역 역시 여당 소유 땅이 3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