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회는 흥행인데… 유력후보 줄줄이 ‘이탈’
차기 수탁 사업자 유력 후보였던 코오롱과 보광이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입찰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1일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서울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 별관 대강당에서 ‘체육진흥투표권발행사업 수탁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가 열리기 전, 과연 얼마나 많은 업체가 참석할지 관심을 모았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업체들은 “위탁운용 수수료율이 너무 낮아져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볼멘소리를 해왔다. 내부적으로 수탁사업 참여를 검토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입찰을 포기한 업체도 나올 정도다. 이런 이유로 설명회 참여 업체가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90여 업체가 참석해 대흥행을 이뤘다. 비록 수익성은 낮아졌지만 업체들에는 여전히 황금알을 품은 매력적인 사업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렇지만 속사정은 딴판이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업체 관계자는 “설명회에 참여한 업체에 한해 입찰자격을 주기 때문에 나중에 입찰에 참여하든 안 하든 일단 설명회에 참가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3월 29일 체육진흥공단이 발주한 ‘체육진흥투표권발행사업 수탁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에는 ‘제안요청 설명회에 참가한 업체에 한하여 제안서 제출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또 ‘공동수급체(컨소시엄)의 경우 대표사는 반드시 제안요청 설명회에 참가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다시 말해 업체들은 열흘 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일단 설명회에 참가하고 봐야 하는 것.
입찰공고가 나던 당시 이미 입찰 참여를 포기한 대상그룹을 제외하고 대부분 업체가 설명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설명회 흥행에는 거품이 끼어 있는 셈이다. 설명회 이후 입찰 참여를 포기한 업체도 나오고 있다. 유력 후보였던 코오롱과 보광이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입찰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났다”며 포기 의사를 밝혔다.
업체들 사이에서는 코오롱보다 보광의 사업 참여 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진기업과 함께 가장 강력한 수탁사업 후보로 거론됐던 보광이 포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업체들 사이에서는 편의점 1위 ‘씨유(CU)’를 보유하고 있는 보광의 BGF리테일마저 사업 참여를 포기할 정도라면 수익성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검토 단계에 있다”던 BGF리테일 측은 돌연 “아무것도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입찰 참여는 둘째 치고 사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조차 모르겠다”면서 “스포츠토토와 관련해 담당하던 부서나 팀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할 듯하다”며 말을 바꾸었다. 이쯤 되면 ‘사업 포기’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차기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로 유진기업 컨소시엄과 DY에셋·IB월드와이드 컨소시엄 등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굴지의 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한 데는 역시 수익성이 문제가 됐다. 위탁운용 수수료율이 기존 3.5%(부가세 포함)에서 2.073%로 낮아진 데다 300억 원에 달하는 시스템 투자비와 중독예방치유부담금·사행성감독통합위원회 부담금·스포츠 운영비 등 운영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다 인건비와 유지비 등을 계산하면 ‘은행 이자만 못하다’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
전국 단위 은행이 한정돼 있다는 점도 수탁사업을 희망하는 업체들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해당하는 은행은 현재 국민·우리·신한·농협·하나 정도다. 단독으로 참여하든 컨소시엄을 구성하든 반드시 이 중 한 은행과 손을 잡아야 한다. 하나의 은행이 여러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명회에 참가한 90여 업체 중 최종 입찰하는 업체는 몇 개 안 되고 은행의 몸값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업체들마다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해 “밝힐 수 없다”, “속 시원히 공개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비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겉으로는 흥행처럼 보이지만 업체들은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는 것. 이미 특정 은행과 손을 잡기로 한 업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한 업체 관계자는 “전기 사업자와 비교해 수수료율이 많이 낮아지고 업체가 부담해야 할 제반 비용 등 조건이 까다로워져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스포츠토토 수탁사업 입찰 기간은 오는 29일부터 5월 8일까지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