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마극장의 무희들이 뮤지컬 출연 전에 분장실 비상구 밖에서 발성 연습과 유연 체조로 워밍업을 하고 있다.
권철은 1996년 야쿠자와 경찰 40~50명이 난투를 벌이는 것을 보고 ‘있는 그대로의 인간의 욕망이 잘 드러나는 인간극장’인 가부키초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도둑촬영으로 오인받지 않기 위해 항상 정정당당히 피사체 앞에 선다. 이 과정에서 종종 야쿠자에게 붙잡혀 감금당하거나 경찰에 신고돼 연행되는 등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밤늦도록 집에 돌아가지 않고 놀고 있는 고등학생들. 16년 간 가부키초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풍경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동안 권철의 사진이 실리지 않은 일본의 주·월간 매체는 거의 없다.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가부키초>는 고단샤에서 주는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도 이 책을 일본의 속살을 보여주는 사진집으로 인정한 셈이다.
경찰들이 무전취식자를 머리를 짓이기고 팔을 비틀면서 체포하고 있다. 만약 경찰이 카메라맨의 존재를 알았다면 이렇게까지 심하게 상대방을 제압하진 못했을 것이다.
권철은 왜 가부키초에 집중했을까. 그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인간의 밑바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부키초는 전쟁터다. 사람을 사고팔고, 싸움이 끊이지 않고…, 일본의 오늘을 보여주는 최전선이다. 그 속에 꿈틀대는 욕망과 본능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에 새 둥지를 트는 권철은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중간에서 양쪽을 차분하게 살펴볼 계획이라고 한다.
채찬수 기자 chanc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