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천안 지사 순찰원업체서 직원 상여금 편취한 사장, 대전 지사로 재취업...도공, 경찰 고소 방침
지난해 도로공사의 전수조사 기간에도 외주업체들은 직원들의 급여 및 상여금 편취를 지속했지만 도로공사는 기존에 비리가 적발된 곳을 제외하고는 별 문제가 없었다는 형식적 보고서만 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가 비리 근절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도로공사는 “경영간섭이 발생할 수 있어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취하고 있다.
하지만 외주업체에는 도로공사에서 각 업체들의 관리·감독 업무를 위해 파견한 외주 담당자가 각 1명 씩 상근 배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사의 관리·감독 업무 소홀이라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외주업체 운영자들은 대부분 도로공사에서 희망 퇴직한 중간 간부급 이상 출신이기 때문에 대리급인 도로공사 외주 담당자들이 오히려 이들 사장들의 눈치를 보지 않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도로공사의 외주업체 비리 근절은 허황된 구호에 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일요신문 DB
이와 관련 도로공사의 한 안전순찰업체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상여금 편취 등 비리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사장이 도로공사와의 계약 만료 후 다른 지사로 재취업한 사실을 <일요신문>이 단독 확인했다. 또한 외주업체 사장들이 직원들의 임금·보험금 편취 뿐만 아니라 공통경비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사실도 <일요신문>에 의해 확인되면서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도로공사 순찰원노동조합과 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도로공사 천안지사 순찰업체를 운영하던 W사 김 아무개(61)사장은 재직 시절 직원들의 상여금을 지속적으로 가로채는 비리를 저질렀다. 하지만 김 사장은 지난해 8월 자신이 운영하던 W 업체가 도로공사와 외주 용역 계약이 만료되자 대전지사 순찰업체 관리자(사무장)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도로공사는 김 사장이 빠진 자리를 수의계약을 통해 다른 공사 퇴직자로 채웠다.
이에 대해 순찰원노조 서정환 위원장은 “김 사장은 직원들 임금 정산을 할 때 도로공사에 상여금을 과다 청구한 후 해당 순찰원들에게 해당 금액을 일단 지급하고, 지급한 상여금을 ‘현금으로 다시 찾아다 달라’는 식으로 상여금을 편취했다”며 “자신의 지사에서 해 먹을 거 다 해 먹고 계약기간 끝나고 다른 지사 사무장으로 재취업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상여금 편취 등의 비리를 저지른 순찰원 업체 사장이 다른 지사로 재취업한 것은 맞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데 우리는 그 당시 그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대전충청본부에서 오늘(23일) 경찰에 해당 사장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도로공사는 이 같은 외주업체들의 비리 근절을 위해 최근 2000만 원의 포상금을 걸고 제보전화를 개설하기도 했지만, 정작 제보자에게 포상금은 지급하지 않고 인건비를 착취당한 피해자에 대한 입막음에 나서기도 했다. 순찰원노조에 따르면 최근 한 안전순찰원은 지인이 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 영주지사에서 근무할 당시 업체 사장으로부터 임금 편취를 당했다는 사실을 도로공사의 제보전화를 통해 제보했지만, 경북지역본부 측과 해당 업체 사장이 피해자 회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측은 “사실 확인 차원에서 전화를 한 것일 뿐 회유한 것은 아니다”며 “외주업체라 경영간섭을 할 수 없다. 위장도급 같은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외주업체 비리는 안전순찰업체 뿐 아니라 규모가 훨씬 큰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요금소 사장들은 직원들의 급여 및 상여금, 보험금 뿐만 아니라 공통경비를 빼돌리고 정부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남 의원 측은 “톨게이트 영업소의 경우 매달 3000만 원 정도를 복사지, 화장지 등을 사는 데 필요한 공통경비 명목으로 도로공사에서 받는데 실제 지출되는 돈은 10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장들은 나머지 금액을, 직원들에게 법인 카드를 줘서 가전제품 등의 필요 물품을 구입하게 하고, 해당 금액은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부당한 돈을 빼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 측은 이어 “업체에서 장애인이나 새터민 등을 고용하면 정부가 고용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악용해 직원 대부분을 이들로 채워 지원금을 가로채는 사장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언급했다.
전국에 334개소가 있는 톨게이트 영업소는 직원이 7300여 명에 이르며, 많은 곳은 한 영업소에 100 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기도 한다. 반면 안전순찰업체는 전국에 53개소이며 근무 순찰원들의 수도 750 명 정도로 적다. 톨게이트 영업소 사장들이 주무를 수 있는 돈의 액수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톨게이트 노동조합 송미옥 위원장은 “공통경비나 정부 지원금을 이용해 자신의 배를 채우는 사장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과거에는 사장들이 재미를 많이 보고 갔는데, 요즘 노조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해서 지금 사장들은 (과거에 비해 만지는 부정한 돈의 액수가 줄어 드니까) 우리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터민은 통일부에서 한달에 최대 70만 원, 장애인도 정부에서 매달 30만 원 정도의 고용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일부 업체 사장들은 일부러 이들을 채용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많은 데는 이들 노동취약 계층이 50%를 넘는다. 이들이 많이 채용되면 비장애인이 상대적으로 힘들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의 복지등 용도로 쓰라고 나오는 게 고용지원금인데, 사장들이 다 자기 주머니로 가져 가서 쓰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신기남 의원 측은 “도로공사가 계약 만료되는 외주업체들에 대해선 점차 공개입찰 방식으로 계약 방식을 바꾸고 있지만 이렇게 아예 민간에 넘어갈 경우 경영이 더욱 불투명해 질 수 밖에 없어 비리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도로공사가 자회사를 설립해 여기서 현재 외주업체들의 업무를 수행하는 준직영제 형태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