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데이스> 2월호에 실린 대기업 30대 직장인들의 고민을 통해, 이 시대 남편들의 애환을 들어본다.
- 남편고민1. 불확실한 미래
‘사오정 오륙도.’ 45세가 정년이고, 56세까지 직장에 있는 것은 도둑이란다. 조기 퇴직 풍속도를 자조적으로 지칭한 우리 사회의 슬픈 유행어가 아닐 수 없는데 요즘은 38선(38세 정년), 36.5도(퇴직 체감지수 36.5세) 등의 말까지 나오고 있다.
외면했던 회식자리도 감원대상이 될까 두려워 꼬박꼬박 얼굴 도장 찍고, 회사 행사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다 보니 몸이 항상 파김치 상태이다. 소위 말하는 일류대를 나와 단 한번의 태클 없이 대기업에 취직해 승승장구, 회사 생활 7년차에 과장을 달았다. 하지만 그게 좀 불안하다. 다들 승진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유인즉 남보다 빨리 승진하는 것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물론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열심히 일해도 문제요, 하지 않아도 문제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겠는가.
- 남편고민2. 자기 계발
일 관계상 일주일에 최소 3~4회 술자리가 있는데 자기 계발을 언제 어떻게 하나?
주5일근무로 주말에는 가족들 등쌀에 산으로 공원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다. 석박사에 MBA에 신지식, 신기술로 무장한 후배들이 내 자리를 넘보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이 상존한다.
작심하고 중국어학원 새벽반에 등록했다. 대단한 각오로 다니기 시작했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다. 학원 갔다가 출근하면 오전은 졸다가 시간 다 보낸다.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진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남편고민3. 내집 마련
전세를 몇 번이나 옮겼는지 모르겠다. 비좁고 누추해도 두 다리 쭉 뻗고 잠잘 수 있는 내 집, 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내가 친구들 모임에 갔다 오더니 풀이 죽어 한 마디 한다. “여보. 우리는 언제 집 마련해?” 밤늦게까지 계산기와 통장, 가계부를 보면서 한숨만 내쉬는 아내. 번번이 투정하고 짜증 부리는 아내를 웃으며 대하기가 버겁지만 그 심정 나도 똑같다. 오늘 밤도 담배 한 갑이 그냥 날아간다.
- 남편고민4. 자녀교육
요즘 시간과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 딩크족이 는다고 하는데 정말 말이 좋아 그런 것이지 실상은 다르다. 결혼 3년차, 아기를 갖고는 싶은데 형편이 안 되니 지금은 꿈도 못 꾸고 부담스러울 뿐이다. 애 하나 키우는 데 들어갈 돈을 계산해보니 대학 보내는 데까지만 해도 1억이 넘게 들어가겠더라. 내 연봉으로는 평생 퇴직할 때까지 벌어봐야 5억이다. 아이의 숫자가 ‘부의 상징’이라는 말에 통감한다.
- 남편고민5. 건강
회식자리에 안 빠지고 쫓아다니며 아무리 마시고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신이 내린 몸인가 하고 좋아했는데 얼마 전 정기 건강 검진 결과 당뇨로 판정났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몸무게가 줄어들고 한밤중에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점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이런 병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요즘 30대 직장인들도 식생활 변화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당뇨에 걸릴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나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