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앞두고 ‘오너들 허리띠 꽉꽉’
GS건설은 오는 6월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사진은 허 회장 이미지 합성과 GS건설 빌딩. 최준필 기자
허창수 회장은 또한 지난 16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2분기 GS 임원회의에서 올해 3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경기가 나쁠 때는 위기 요인이 부각되기 마련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GS그룹은 출범 이후 매년 2조 원 이상 지속적으로 투자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비교해도 올해는 1조 원이 더 늘어난 액수다. 허창수 회장은 GS건설에도 신성장사업 및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2000억 원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오는 6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 22일 발표된 유상증자의 규모는 2000만 주로, 약 5520억 원 수준이다.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5월 28일 확정된다. 6월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GS건설은 기존 영업손실을 메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건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투자금 확보를 위해 파르나스호텔(인터콘티넨탈호텔) 지분 67.56% 매각에도 나섰다. GS건설은 지난 16일 “파르나스호텔 매각관련 주관사로 우리투자증권을 선정했다”며 “국내외 호텔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투자자 접촉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파르나스호텔은 지난 1985년 GS그룹과 서울무역협회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곳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 등 2개 특1급 호텔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파르나스호텔 장부가는 4734억 5100만 원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매각대금이 6000억~7000억 원에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GS건설의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되는 서울 서교동 자이갤러리와 대치 자이갤러리, 용인기술연구소 등을 이미 매각했거나,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월 이라크 석유부 산하 석유프로젝트공사로부터 2조 3500억 원 규모의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했고, 올해 국내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금융비용 누적을 덜기 위해 화성반월, 한강센트럴 자이 등 6곳의 국내 미착공 PF 사업장을 자체사업으로 전환해 가동하기로 하는 등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GS건설이 실적이 좋아지면서 올 1분기에는 300억~500억 원의 적자폭을 기록하다가 하반기부터는 ‘턴어라운드’해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GS건설이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GS건설의 ‘증권신고서 등 중요사항 기재누락’ 위반에 대해 과징금 20억 원을 부과했다. GS건설이 지난해 2월 회사채 3800억 원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플랜트 사업부문 영업실적 악화로 인한 영업손실 800억 원 기록한 사실과, 기업어음(CP) 3000억 원 발행 등 부정적 실적을 증권신고서에 누락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징금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금융당국에 불성실 기재로 안한 것이라 좋지 않은 이미지로 기억된다는 점이 문제”라며 “금융당국 집중 감시의 대상이 돼 보고서나 신고서 검토가 길어져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데 불편이 있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투자금 확보를 위해 진행 중인 비핵심 자산 매각도 계획대로 적정 가격에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터콘티넨탈호텔의 경우 호텔업계 평균보다 임금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인수를 하려는 기업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인터콘티넨탈호텔 직원들이 임금 하락을 우려해 매각에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GS건설 측은 “인터콘티넨탈호텔은 재정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현재 매각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분위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서울시가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포함한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인터콘티넨탈호텔은 상품성이 크다”고 전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GS건설 유상증자가 허창수 회장과 오너 일가에 부담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산업은행과 하나은행으로부터 각각 GS그룹 주식 14만 6000주와 5만 3000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5월과 7월에도 신한은행에서 2만 8000주, 우리투자증권에 2만 5864주를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이는 허창수 회장이 보유한 GS그룹 주식 중 5.72%에 해당한다. 허 회장의 주식 수만 본다면 그리 크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허창수 회장뿐만 아니라 GS그룹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인 허창수 회장 오너 일가, 즉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 허준홍 GS칼텍스 상무, 허완구 승산 회장 등 9명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과 3월 금융기관으로부터 상당액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대출받은 자금은 2200억~25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GS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움직임을 두고 업계에서는 GS건설 유상증자에서 지분 확대를 위한 자금 확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다시 주식을 매입하려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총수 일가의 과도한 주식담보대출이 증시에 악재를 만날 경우 경영권 위협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주가가 급락하면 대출을 내준 금융기관에서 추가담보를 요구하거나, 심각할 경우 주식에 대해 담보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더욱 큰 자금이 들어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GS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사항이라 정확히 파악은 어렵다”면서도 “주식담보대출이 GS건설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자금 확보일 수도 있지만, 만기된 대출을 다시 받기 위한 통상적인 주식담보대출이 한 번에 공시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