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 광고 속에 등장하는 한 여인에게 승객들의 시선이 모아져 있다. 광고 속 카피는 궁중 예복을 다소곳이 차려 입은 이 모델을 ‘명성황후의 증손녀’로 소개하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승객이 많은 지하철에서 황족이 광고에 등장한다는 자체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과연 누굴까. 이 광고의 모델은 실제 명성황후의 피를 이어받은 혈통일까. 확인 결과 그녀는 ‘짝퉁’이 아니라 고종과 명성황후의 증손녀인 이홍씨였다.
이홍씨는 ‘비둘기집’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이석씨(본명 이해석)의 외동딸이다. 아버지 이석씨가 조선 26대 임금 고종의 둘째 아들 의친왕(이강)의 10번째 아들이므로 이홍씨는 대외적으로 고종과 명성황후의 증손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증조모는 명성황후가 아닌 고종의 둘째 후궁 귀인 장씨다.
이홍씨가 화장품 쇼핑몰 ‘황후닷컴’ 광고에 등장한 것은 ‘황후닷컴’ 관계자를 잘 아는 지인의 적극적인 추천 때문이었다. 회사측도 회사 이미지를 대표해 줄 만한 모델을 찾던 중 이 지인의 소개로 이씨의 궁중의상 화보가 실린 한 잡지를 보고 곧바로 이씨를 섭외했다고 한다.
명성황후의 증손녀를 모델로 내세운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여성 소비자들의 ‘클릭’수가 늘어나면서 그 결과 올 1·2월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게 회사측의 전언이다.
▲ 황후닷컴 광고 사진. | ||
이씨는 이미 98년 A그룹 뮤직비디오에서 카메오로 얼굴을 내민 바 있다. 그 이후에도 H기업의 게맛살, C영화관 CF는 물론, 지난해 10월 SBS 특집 프로그램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VJ로 활약했을 정도로 각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끼를 자랑해왔다.
사실 이씨는 어릴 때부터 연예계에 관심이 많았다. MC이자 가수였던 아버지의 ‘끼’를 그대로 물려받은 탓이었다. 어머니 독고정희씨의 지극한 딸 사랑도 한몫 거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세 살 때 이혼을 하셨는데 그 후로 어머니가 외동딸에게 갖는 관심은 대단했어요. 그 때문에 승마, 수영, 기계 체조, 피아노, 성악 등 안 배워 본 것이 없어요. ‘소니’에 가서 6개월 가수 트레이닝도 받은 적이 있어요.”
이씨는 특히 연기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한성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지만 원래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을 만큼 연기욕심이 대단했다. 연극영화과에 계속 다니지 못한 이유는 어머니의 반대 때문이었다.
“의상을 공부했던 어머니는 연기만큼은 절대 인정하지 않으셨어요.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을 때 등록금도 주지 않으실 정도였죠.”
하지만 연기에 대한 미련은 절대 접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CF, 방송 등을 모두 마다하지 않고 ‘꿈’을 키워 나갔다. 배우 양성소로 유명한 ‘한양 레퍼토리 극단’에서 연기 수업을 받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연기 욕구에 ‘불’을 지른 사람은 뮤직비디오 제작 프로듀서인 김세훈 감독.
두 번째 목표는 ‘돈’이다. ‘무슨 황족이 돈 걱정인가’라고 되물을지 모르지만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 실제 아버지 이석씨가 방송을 그만둔 후 금전적인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현재 아버지는 전주시가 마련해 준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이홍씨로서는 아직 아버지가 불안하다.
정기적인 수입원이 없는 점은 더 큰 고민이다. “캐피탈 회사에 근무하면서 가정을 꾸려온 어머니가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해서 수입이 전무한 상태예요. 더군다나 황실 가족이라고 해서 특별한 국가보조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세 번째 목표는 헤어진 두 부모님을 재결합시키는 것. 이씨는 “별다른 미움은 없는 것 같아요. 친구처럼 지내는 것을 보면요. 올해는 두 분이 다시 부부의 연을 맺도록 도와 드리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는다. 세 가지 목표만 이루어진다면 황실보존과 부활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이씨는 온라인 게임 소프트웨어 및 콘텐트 개발 전문업체인 (주)그라비티와 전속 모델 계약을 맺고 젊은 네티즌 팬들에게 색다른 ‘미’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그라비티의 대표적인 캐릭터 게임인 ‘라그나로크’의 모델이 국내 최정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섹시가수’ 이효리다. 그라비티에서 새로이 출시하는 ‘라그나로크’ 디지털 카메라의 홍보 모델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이씨는 결국 한 지붕에서 당대 최고 스타와 피할 수 없는 인기대결을 벌이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