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학생들, “친구 장례비용 많이 나오면 안돼..” 물 한모금도 안 마셔…
정 총리가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시점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주일 째 되던 때여서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는 세월호 사망자 수가 실종자 수보다 많아지며 유족들의 심적 고통이 극에 달했을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1일 교육부에서 받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상황보고서’에는 ‘희생자 장례비를 무제한 지원할 수 없다’는 총리 지시 사항이 적혀 있다.
상황보고서에는 ‘4월 23일 총리님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장례비 지원과 관련하여 학생과 일반인 간 형평성이 필요하다. 무제한 지원이 아닌 정부 지원 기준을 정해 보상금 산정 시 개인별 정산할 것이라는 원칙이 유가족에게 전달되어야 할 것”이라고 적시돼 있다.
‘상황보고서’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16일부터 교육부가 매일 주요 현황과 조치 사항을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특히 27일자 상황보고서에는 ‘임시분향소 VIP 조화 관리상태 지속적으로 확인’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교육부가 경기 안산시 올림픽기념관 내 세월호 희생자 임시합동분향소에 있는 현장 대책반에게 “대통령(VIP) 조화를 잘 관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같은 날 상황보고서에는 ‘임시분향소, 국화 대신 근조 리본으로 대체’라는 지시도 있다.
이에 대해 도 의원은 “교육부가 사고 이후 학부모와 교사·학생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보다 대통령 조화 관리에 더 신경을 썼다는 얘기”라면서 “상황보고서 어디에도 아이들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는 단 한 줄도 없다. 이러고도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 일부 사이에선 “박근혜정부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통령의 심기만 걱정하는 것 같다. 대통령 조화가 유족들로부터 왜 버려졌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 자숙해야지, 내부 지시까지 내려 대통령 조화를 관리하는 꼴이 우습다”, “단원고 학생들 장례비를 보상금에서 삭감하지 않고 따로 따로 지원하는 게 사려 깊은 결정 아닌가. 적어도 장례비용을 보상금에서 삭감한다는 내용을 굳이 애들 죽어나가는 시기에 알려야만 했나. 소시오패스같다”, “국민 성금 다 어디로 갔나. 유족 분들에게 직접 드리는 게 낫겠다”, “단원고 학생들이 장례식 가서 음료수 한모금도 안 먹고 나온다고 그런다. 친구 장례비용 많이 나올까봐... 이게 정부가 원하는 행정인가” 라는 내용의 비판이 이어졌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