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고 동문회 고위 관계자는 “모교(부산상고)에서 내년도 인문계 전환을 계기로 기숙사 건립을 계획중이며, 현재 기금 마련을 위해 동문회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백 년 전통 명문교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특목고나 자립고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부산상고는 오는 2005년부터 현재의 상고에서 인문계 고교로 전환, 새로 신입생을 뽑는다. 1895년에 설립된 부산상고가 인문계 전환을 시도한 것은 5년 전부터. 학교측은 “신입생 모집 때마다 미달 사태가 속출하는 등 실업계 고교로서의 존립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인문계 고교로 전환키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학교측의 계획에 대해 당초 동문회는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도 “명문 실업고가 인문계로 전환하면 그 파급효과가 크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이후 동문회에서 모교의 열악한 사정을 알고 인문계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에 따라 부산상고는 2005학년도부터 인문계로 전환하게 됐다.
그러나 이와 관련, 학교와 동문회측은 동문인 노무현 대통령과 연관됐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가급적 외부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동문회 주변에서 부산상고의 특목고 또는 자립고 추진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
부산 교육계에서는 부산상고 동문의 힘과 인지도를 생각할 때 특목고보다는 자립고로 다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목고란 말 그대로 과학 외국어 예술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한 학교. 최근에는 과학고 외국어고 등과 같이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는 영재교육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자립고. 지난 94년 강원도 횡성에 설립된 민족사관고가 대표적인 형태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특목고는 36개교(외국어 18개교, 과학고 18개교), 자립고는 6개교가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50여 개 학교가 특목고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현행 교육법상 특목고 및 자립고의 유치 허가권은 해당 시도교육청이 갖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부산에는 자립고 한 곳과 특목고 11개교가 있어 당장 내년에는 특목고 신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도 인문계로 전환되는 부산상고가 자립고나 특목고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자립고나 특목고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학교나 재단이 많고, 또 현재 설립된 학교들이 대부분 해운대 수영 등 동쪽에 치우쳐 있어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신설 특목고 및 자립고가 새로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부산상고의 경우 동문의 힘이나 학교 전통으로 보나 자립고의 자격 요건이 충분하지만 대통령 모교라는 점 때문에 특혜 시비 소지가 있어 당장 인문계 전환과 함께 자립고를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특목고 및 자립고의 설립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학교측과 동문회가 강력하게 추진할 경우 시교육청이 무작정 거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특목고보다는 자립고에 대한 관심도가 훨씬 높아지고 있다”며 “자립고는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기숙사, 장학제도 등 풍부한 재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상고와 동문회측은 특목고 혹은 자립고 전환을 목적으로 기숙사 건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다. 부산상고 관계자는 “현재 인문계로의 전환만 확정된 상태일 뿐 그 외에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학교 명칭 등 여러 문제들을 동문, 학부모측과 상의해 오는 5∼6월경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학교의 특성상 이 같은 모든 결정에는 동문회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기숙사 건립 문제도 현재 동문회에 재정지원 등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장학금 재원 등도 동문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동문회에서 얼마나 지원을 해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밝혔다.
‘기숙사 건립’과 관련해 학교측은 “기존 인문계 고교에 비해 신설 학교나 전환 학교는 학부모들이 진학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때문에 기숙사 등 훌륭한 시설을 갖출 필요성이 있어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상고 동문회 임원은 “모교에서 기숙사 건립을 도와달라는 제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장학제도와 기숙사 건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자립고나 특목고로 인식하면 또 다른 특혜설의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고 주변 시선을 경계했다.
동문회의 전직 임원은 “항간에 지난 대선 때 동문회 기금이 쓰여진 게 아니냐는 의심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동문사업이 모교의 발전을 돕기 위한 것인 만큼 인문계 전환을 계기로 동문회에서 뜻있는 사업을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