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조’ 서민금융, 안행부가 접수하나
4월 2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태환 위원장이 새마을금고법 등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현행 상근직인 중앙회 회장을 비상근 명예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중앙회 회장의 권한은 약화된다.
대신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신용공제대표이사·지도감독이사·전무이사가 상근으로 전환된다. 이들 세 상근이사들이 기존에 회장이 갖고 있던 권한인 새마을금고의 감독 및 검사와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다만 회장은 상근이사들에 대해 매년 성과 평가를 실시한다. 개정안은 이를 통해 감독 대상인 각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이 선출한 회장의 권한을 분산시켜 전문경영인을 통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감독기능을 보다 강화한다는 취지다.
중앙회 회장은 각 지역 새마을금고를 대표하는 150명의 지역별 대의원들의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정치권이나 새마을금고를 소관하고 있는 안전행정부 입장에서는 피관리기관인 지역 새마을금고 조합원들의 손으로 선출된 중앙회 회장이 지역 금고를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터진 새마을금고 금융 사고들이 모두 이러한 구조에서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회장을 대신해 권한을 갖게 되는 상근이사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정했다. 이로써 중앙회에 새마을금고 내부 인사들의 권한은 줄어들고, 외부 인사들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가장 먼저 ‘낙하산’이 내려와 새마을금고가 정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개정안을 보면 상근이사 3명을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다. 인사추천위원회의 구성이나 운영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사추천위원회에 누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향후 새마을금고중앙회 주도권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사추천위원회에 정부나 안행부 측 인사들이 다수 배치된다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수 있고, 그럴 경우 새마을금고는 정부의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종백 회장.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개정안의 ‘전문경영인을 통한 책임경영 강화’ 취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새마을금고는 조합원 출신의 인물 중 대의원들의 선거를 통해 중앙회 회장이 선출된다. 이번에 연임한 신종백 회장도 새마을금고 출신으로 회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며 “이런 인물들이 새마을금고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경영인이 아니라면 누구를 전문경영인으로 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새마을금고 측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개정안으로 인한 회장의 비상근 체제 전환을 중앙회에서 가치판단하기 어렵다”며 “법이 바뀌는 것이고, 새마을금고는 새 법을 따르면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새마을금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앙회 회장과 상임이사들의 권한을 조정할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 감독에 전문성을 갖춘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으로 새마을금고의 소관부처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새마을금고 지배구조 개편안을 논의한 법안 소위에서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자산규모가 20조 원에 불과하던 새마을금고가 급격하게 커져 지금은 100조 원을 넘어섰다”며 “새마을금고 관리·감독은 대단히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라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담당해야 할 업무인데, 왜 안행부가 계속 쥐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행부는 새마을금고가 지역공헌사업 등을 많이 진행해 다른 금융기관들과 차이가 있고, 안행부가 오랫동안 관리를 해온 노하우를 갖춰 소관부처 이전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새마을금고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신종백 회장은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한 이후 새마을금고의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 계획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러던 중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으로 인해 회장의 권한이 대폭 약화된 것이다.
물론 이번 개정안의 회장직에 대한 적용 시기는 신종백 회장부터가 아닌 차기 회장부터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도 “새마을금고의 궁극적인 목표가 금융지주사라면 아직 밟아야 할 단계가 많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신종백 회장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개정안과 상관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근직이 유지되는 신 회장의 임기 내에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이 완료되지 않는다면 추진 동력이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회장을 비상근 명예직으로 전환하고 상근이사들이 새마을금고를 관리하게 되면 감독 기능은 좋아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영 능력이 향상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금융지주사가 된 이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장기적 경영 판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 많아진다. 그럴 때 회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중심을 잡아 결단을 내려야하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회장이 그런 역할을 하기 쉽지 않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 회장 임기 내에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완료하지 않는다면 개정안이 적용되는 차기 회장부터는 권한이 줄어 진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신 회장의 추진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