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아, 걱정마! 봉와직염 탈출 초정밀 플랜 가동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호의 요즘 최대 화두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코칭스태프가 똑같은 말을 할 것이다. 태극전사들의 부상 및 컨디션 관리다. 2014브라질월드컵이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칫 누군가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그라운드를 떠나야 한다면 오직 월드컵을 위해 4년간 땀을 흘려온 선수 개인도 그렇겠지만 대표팀으로서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도 월드컵을 위해 수많은 선수들을 살펴보고, 점검했던 그 모든 시간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지난 3월 그리스전을 앞두고 하대성, 박주영, 홍정호(왼쪽부터)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가운데 뒤쪽)에게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부상
월드컵 개막이 임박했다. 각국 축구협회는 자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제발 부상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진다. 이미 출전국들의 전력은 거의 드러났다. 지금 시점에서 대표팀 엔트리에 큰 폭의 변화를 주기는 곤란하다. 홍명보호도 그렇겠지만 러시아, 벨기에, 알제리 등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국가들도 서로의 전력과 선수 구성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전술과 전략을 맞춰주기도 어렵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할 일이 크게 없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적화시키고,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그래서 홍 감독도 김태영, 박건하 코치를 유럽으로 보내면서 대표팀 의무진(트레이너)을 동행시켰다. 선수들의 몸을 확인 점검하고 세세히 보고하는 것 이외에 ‘맞춤형’ 개인관리 프로그램을 넘겨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곳곳에서 신음하는 선수들이 등장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임대돼 챔피언십(2부 리그) 왓포드에서 활약한 스트라이커 박주영은 일찌감치 짐을 꾸려 귀국했다. 오른 발등에서 발가락까지 이어지는 부위에 피부염의 일종인 봉와직염으로 2~3주 동안 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봉와직염의 어두운(?) 그림자는 박주영에게만 향한 게 아니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뛰는 왼쪽 풀백 박주호도 거의 비슷한 염증으로 고통 받았고 이로 인해 브라질행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국내 스포츠 의학의 한 권위자는 “봉와직염은 얼핏 큰 병이 아닌 것처럼 비쳐지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다른 부위로 전이되면 굉장히 좋지 않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질병이다. 자칫 뼈나 인대 등으로 염증이 옮겨가면 상처 난 부위를 절단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현지에서 곧장 응급처치를 하고 국내에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았다는 건 상당히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이는 축구계 일각에서 박주영을 향해 “고작 봉와직염 따위로 힘겨운 챔피언십 순위 경쟁을 하는 소속 팀(왓포드)을 떠나왔느냐”는 비난에 대한 정면 반박이었다. 박주영의 국내 치료를 전담했던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서울 제이에스 병원장)도 “(박)주영이의 경우는 결코 가벼운 상태는 아니었다. 긴급한 치료를 요했고, 곧바로 고름을 짜내지 않으면 매우 곤란해질 수도 있었다. 왓포드와 아스널 의무팀도 영국보다는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견해를 전했다. 충분한 협조를 구해 이뤄진 사안”이라고 했다.
기성용.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아무래도 해외파는 현재 대표팀의 핵심 자원들이다. 이는 국내 프로축구 K리거들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장소가 그라운드든, 벤치든 아무래도 외국 선수들과 자주 부딪히고 땀 흘리다보면 적어도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괜히 주눅이 들고, 전전긍긍하는 걸 피할 수 있다는 게 많은 축구 지도자들의 귀띔이다.
과거 현역 시절 월드컵에 출전했던 모 감독은 “우리가 선수로 뛰었을 때는 유럽이나 남미 국가와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과 만날 때도 있었는데, 대개 해당 국가의 특정 클럽을 초청해서 친선경기를 갖는 수준이었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나 AC밀란, 아르헨티나의 보카 후니오르스 등 클럽과 우리 대표팀이 경기를 가졌다. 지금 후배들이 당당하게 뛸 수 있는 건 유럽에 대한 면역력과 내공이 쌓인 결과”라고 했다. 유럽파의 실력이 아닌, 경기 외적인 부분(심리)까지 초점을 둔 발언이었다.
#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라!
홍명보호가 태극전사들의 부상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아니다. 컨디션 관리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시기를 살펴야 한다. 특히 월드컵 기간이 6월 중순에서 7월 중순까지라는 점은 많은 걸 시사한다. 이 무렵,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프로축구리그를 쉬는 타이밍이다. 그에 반해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시즌이 한창이다. 몸 상태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국내와 기껏해야 일본 등지의 선수들만 관리한 뒤 훈련을 병행하면 나쁠 게 없었지만 유럽파의 비중이 높아진 지금은 대표팀이 소집되고 나면 이들의 피로를 대폭 낮춰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표팀의 컨디션 관리를 전담하는 일본 국적의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이케다 코치는 박주영의 봉와직염 치료를 송준섭 박사가 마치자마자 재활 프로그램에 의거해 몸을 끌어올리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한 대표팀 스태프는 “완벽한 몸 상태를 6~7월 만들 수는 없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면 된다. 유럽 리거들은 이 시기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다. 솔직히 쉬어야 할 때 운동을 하려니 몸이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결국 이들에 대해선 뛸 수 있는 몸을 좀 더 유지시켜주고, 국내 리거들에게는 최상의 컨디션을 최대한 증대시켜줘야 한다. 아주 분업화되고 세분화된 것이 컨디션 관리”라고 설명했다.
물론 여기에서도 관리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유럽파는 박주영처럼 아예 실전 감각이 떨어진 이가 있는 반면, 거의 풀타임 출장을 해온 일부도 있다. 국내파는 대표팀 멤버들이 대개 팀 내 핵심 전력인 탓에 오히려 몸이 지쳐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 사실상 주전으로 낙점된 선수들과 그렇지 못한 백업 선수들 간의 심리적인 치료까지도 접근해야 한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