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왼쪽),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손자들이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중학교에서 레슬링 선수로 활약하고 있어 교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 ||
지난 2월14일 미국의 한 아마추어 레슬링 대회에 전두환 대통령 장남 전재국씨의 아들 전우석군(16)과 김대중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의 아들 김종민군이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석군은 이 대회에서 1백29.5파운드급(56kg급)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관심을 끄는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자라는 이유 때문. 더욱이 이들이 출전한 대회가 축구나 야구가 아닌 레슬링 대회였고, 두 사람 모두 레슬링 실력도 출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이 미국 현지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들이 출전한 대회는 미국 매사추세츠 이글브룩중학교에서 열린 ‘2004 이글브룩 레슬링 토너먼트’.
이 대회는 매사추세츠주 뉴잉글랜드 지역 레슬링 챔피언 선발 대회(Wrestling tournament for New England) 중에서도 ‘Junior Schools’토너먼트로 우리로 보면 중등부 대회.
▲ 전우석군 | ||
두 사람은 체급이 달라 경기에서 맞붙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군은 결승전에서 벨몬트중학교의 주라도 선수에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으며 김군은 체급 2회전에서 패한 뒤 패자부활전에서도 상대 선수에게 패배해 탈락했다.
특히 전군의 실력은 매사추세츠주 내에서 톱클래스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렉토리중학교 레슬링팀 찰스 메킨지 코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전(Chun)이 지난 2월28일 페센덴스쿨(Fessenden school)에서 열린 뉴잉글랜드 주니어 챔피언십(New England Junior Prep. Championship)에서도 체급 우승을 차지했다. 이글브룩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큰 대회에서 우승한 점을 보더라도 그의 실력은 입증된 것이 아니냐”면서 전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킨지 코치는 “전은 레슬링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대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영문 이름이 ‘Danny’인 전군은 현재 8학년으로 레슬링팀 주장을 맡고 있으며 레슬링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킨지 코치는 전군이 한국의 전직 대통령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알고 있었다”면서 “전군은 그러한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일반 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그저 평범하고 순수하면서 귀여운 학생이다”고 전했다.
이들이 레슬링 대회에 출전한 사실이 미국 내 교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이들이 레슬링을 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부분의 교민들은 수업외 특별 활동을 중요시하는 미국 교육의 정서상 두 손자의 레슬링 대회 출전은 단순히 서클활동 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두 손자 부모가 미국의 명문 고교나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레슬링을 시켰다고 보는 교민들도 상당수 있다. 한 교민은 “미국은 한국과 달리 특별활동이나 서클활동의 경력이나 성적이 고교나 대학입학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학교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로서 대회 입상 경력이 있다면 큰 플러스 요인이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인기 종목인 농구나 야구, 미식축구보다는 레슬링 등 비인기 종목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으로도 미국 학생들에게 떨어지지 않고, 이러한 운동을 하는 학생들도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A유학업체 관계자도 “미국에 유학하는 한국 학생들이 최근 투기 종목 운동부에 가입, 서클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전부는 아니라 해도 대다수는 명문 대학 입학을 염두에 둔 부모들이 선택한 경우”라고 전했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은 단순히 손자들이 좋아서 하는 활동일 뿐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재국씨의 부인 정도경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아이들이 취미 삼아 서클활동으로 하는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한 측근도 “종민이가 스스로 원해서 레슬링을 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씨는 우석군과 종민군이 서로 친하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이 만난 적도 없고 같은 주에 사는 줄도 몰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