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아리 텍사스촌은 예전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한 호객꾼은 “정부가 나가라 안해도 힘들어서 빠져나갈 판”이라고 말했다. 위쪽 사진은 문닫은 업소들. | ||
‘미아리 텍사스촌’의 모습은 이미 예전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초입부터 택시들이 줄을 서던 장사진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아직도 50m 정도의 골목길 양쪽에서부터 호객꾼의 끌어당김은 그치질 않았다. 한 호객꾼은 “이곳을 폐쇄하겠다고 한 말은 10여 년 전부터 나온 말이다.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게들 문 닫은 것 봐라. 세 집 건너 하나씩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정부가 나가라 안해도 힘들어서 다 빠져나갈 판인데 오히려 불법 변칙 영업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곳에서 말하는 불법 변칙 영업이란 윤락여성들과 업주들이 일반 가정 주택이나 아파트 등에까지 음성적으로 숨어들어서 매춘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업주 A씨는 “오히려 잘 됐다. 미아리 없애면 다른 곳에 가서 몰래 하면 된다. 그러면 경찰이나 구청 단속도 피하고 세금도 안내고, 여성단체들 찾아와 괴롭히지도 않으니 얼마나 편하겠느냐”고 했다.
‘운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이곳 자체적인 업주 모임을 결성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갑작스런 방침에 흥분했다. 회장 남재춘씨는 “여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윤락여성들이 정기검진도 받고 세금도 꼬박 꼬박 납부하고 있다. 그것 피하려고 일반 주택가로 파고들어 몰래 변칙적 영업을 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과연 어느 곳이 더 사회악인지 시시비비를 따져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씨에 따르면 한때 6백여 개에 달했던 미아리 업소가 지금은 1백50개뿐이며 윤락여성은 1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요즘은 아가씨 한 명당 하루 두세 명씩의 손님을 받아 겨우 연명할 정도라고 그는 전했다.
남씨는 “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장안동에 이발소가 70여 개가 있고 업소마다 아가씨들이 10여 명 있다. 그리고 아가씨 한 명당 하루 10여 명의 손님을 받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남씨의 계산대로라면 평균적으로 ‘미아리 텍사스’를 출입하는 남성은 하루 2천 명에서 3천 명이고 장안동 이발소를 출입하는 남성은 하루 평균 7천 명이라는 것.
한 호객꾼은 최근의 불경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김강자 서장(전 종암경찰서장) 때부터 단속을 심하게 했고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카드회사들의 신용축소로 손님이 뚝 끊겼다. 아무리 어렵다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자신을 ‘별이’(가명)라고 소개한 한 윤락여성은 “이곳의 아가씨들은 미아리가 없어지더라도 다른 형태의 윤락업소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 용주골 업소들도 불경기와 사창가 폐쇄방침 발표의 직격탄을 맞았다. 아래 사진은 ‘임대’ 팻말을 단 텅빈 업소. | ||
용주골은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입소문을 통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번 경험해본 사람은 용주골만 찾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골 고객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의 영광을 뒤로 하고 문을 닫는 업소가 하나둘씩 늘기 시작해 지금은 1백30개의 업소 중 3분의 1 이상이 영업을 접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곳의 화제도 역시 정부의 ‘단계적 폐쇄 조치’였다. 대부분의 업소 관계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 용주골에서 10년째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씨(50)는 “솔직히 윤락업은 사양 사업이다. 오히려 안마시술소다, 도우미 노래방이다 해서 변종 윤락업소가 판을 치는 세상에 이런 곳 다 폐쇄한다고 윤락 산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또다른 업주 장아무개씨는 “어차피 손님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다가 정부 규제도 갈수록 심해지고 경찰 단속도 늘어났다. 게다가 가게세가 비싸 수지가 맞지 않는 업소들은 문을 닫고 있다. 그마저도 빈 가게를 임대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대책이 없다”며 푸념을 했다.
취재진이 차량으로 둘러본 이곳 골목길은 그야말로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강제 호객행위를 금지하는 규정탓에 호객꾼이나 일부 윤락여성들은 차문을 두드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셈. 아예 어떤 여성은 차 앞을 가로막고 시위를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골목 깊숙이 들어가니 ‘임대’라는 팻말과 함께 문을 닫은 가게들이 부쩍 많이 나타났다. 용주골은 서울과 다소 떨어져 있고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특성상 직장인 손님들이 많은 편이다. 간혹 고급 외제승용차도 눈에 띈다. 요란하게 장식을 한 튜닝카의 앳된 젊은이들도 자주 보였다. 서울의 ‘미아리 텍사스촌’이나 ‘청량리588’과는 또 다른 특성이 용주골의 모습이다.
이곳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윤락여성들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그다지 동요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윤락여성 백아무개씨(21)는 “2007년부터 일어날 일을 왜 미리 신경쓰느냐”며 “요즘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모두가 스스로 돈이 필요해서 있는 것이니 만큼 여기를 만약 없애면 또다른 곳을 찾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