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곧 베이징으로 떠난다. 방북하게 될 경우 김정일 위원장의 단독인터뷰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
홍 회장은 오는 6월16일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 뒤 19일 오후쯤 서울로 돌아올 계획이다. 홍 회장이 지난 98년 방북 뒤 오랫동안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번 베이징 ‘여행’도 방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실 홍 회장은 지난 6월7일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홍 회장은 6월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 57차 세계신문협회(WAN)에서 회장으로 재선임되자마자 나머지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 길에 올랐다. 하지만 북한과의 일정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방북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일요신문>이 다시 확인한 결과 홍 회장이 오는 6월16일 베이징으로 출발한 뒤 19일에 서울로 돌아오는 계획을 잡아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홍 회장이 남북정상회담의 비밀특사를 맡아 방북한다든지, 아니면 삼성의 대북사업을 위한 모종의 임무를 띠었다든지 온갖 억측이 나오기도 했다.
홍 회장이 6월16일 방북한다면 이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단독 인터뷰 때문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과연 홍 회장은 이번에 ‘세계적 특종’을 건져낼 수 있을까. 홍 회장 방북 계획의 앞과 뒤를 따라가 봤다.
지난 6월 초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를 중심으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방북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홍 회장의 방북 계획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그 배경이 무엇인지를 두고 여러 가지 추측들이 오갔다. 먼저 나왔던 이야기는 ‘비밀특사설’이었다.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4주년이 되는 올해 다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홍 회장이 방북할 예정이라는 얘기다.
홍 회장이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를 계기로 관계가 가까워졌다는 게 이 해석의 배경. 또한 <중앙일보>측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도 사전 협의를 통해 방북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NSC 한 관계자는 “우리는 그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방북신청서를 받는 공식 창구인 통일부 사회교류과의 윤미량 과장도 “홍 회장은 현재까지(6월14일) 방북신청서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추측은 홍 회장이 삼성그룹의 대북사업에 대한 모종의 임무를 띠고 북한에 갈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처남이기도 한 홍 회장이 삼성의 대북 투자 프로젝트의 한 축을 맡아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움직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중앙일보>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위의 두 추측은 모두 빗나갔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밝혀진 사실은 중앙일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단독인터뷰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요신문>이 확인한 결과 홍 회장은 오는 6월16일 서울발 베이징행 항공편을 예약한 놓은 상태다. 홍 회장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그는 베이징을 거쳐 북한 고려항공을 타고 곧장 평양으로 날아갈 것이다. 그리고 6월19일 오후 비행기로 베이징을 출발해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홍 회장측은 모두 우리나라 항공사를 이용할 예정이며 베이징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 중에서 한 차례 예약을 변경했기 때문에 각기 다른 항공사를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다음날인 20일에는 다시 뉴욕으로 가는 항공편까지 예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홍 회장이 중국 출장을 위해 이런 스케줄을 짰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홍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위해 노력했던 점을 생각하면 중국 출장설은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 | ||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홍 회장의 이런 큰 ‘보폭’에 대해 “홍석현 회장은 한때 대권의 꿈을 꾸었을 정도로 야심이 있는 사람이다. 또한 삼성과의 특수 관계, 그리고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 등을 감안하면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단독인터뷰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남북한 간 교류 협력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기자’로서 세계적인 특종을 하는 동시에 남북한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행보가 바로 김 위원장 인터뷰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반응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홍석현 회장이 방북해 김정일 인터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큰 진척은 없었다. <중앙일보>에서 북측에 계속 면담 요청을 했지만 북한측에서 난색을 표명해 일이 성사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에 대한 ‘대가’도 걸림돌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석현 회장의 김 위원장 인터뷰 무산에 대해 <중앙일보>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홍 회장이 지난 6월7일 북한으로 출발하려던 계획을 세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세계신문협회(WAN) 일정도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급히 귀국했다. 그러나 북한과 방북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서로 조건이 맞지 않아 더 이상 그 일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홍 회장의 인터뷰 건에 대해서 “홍 회장의 재방북 계획은 오래전부터 세워왔다. 하지만 모든 일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또한 “지난 98년 홍 회장이 <중앙일보> 사장으로서 <노동일보>와 교류하기 위해 북한을 다녀온 적이 있다. 사실 그 뒤부터 오랫동안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 성사에 공을 들여왔다. 비록 얼마 전에는 실패했지만 이런 시도들은 나중에라도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과 남한 언론과의 인터뷰 의사를 내비칠 때 <중앙일보>가 우위에 서도록 사전 작업을 하는 그런 성격으로 봐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아직 북한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지 못했지만 언제라도 그것이 올 때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홍석현 회장의 방북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 회장이 지난 6월7일 한 차례 방북하려다 무산됐다고 하지만 오는 6월16일 베이징발 항공편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 6월16일 ‘방북’ 계획은 <일요신문>이 홍 회장의 6월7일 방북 무산 계획을 확인한 시점보다 더 전에 확인된 사항이다. 그래서 홍 회장의 6월7일 방북 무산과 상관없이 6월16일 방북 계획은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홍석현 회장의 ‘광폭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주목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가 김 위원장 인터뷰 특종을 터뜨리게 되면 홍 회장은 국제 무대에서도 더욱 큰 활약을 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