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네 곳의 주민들은 실제로 수도가 옮겨올지에 대해 아직까진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사진은 연기-공주지구.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신행정수도 계획과 관련, 최근 정부가 후보지 4곳을 지난 16일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후보지는 충남 천안시, 충북 음성군, 충남 연기군, 충남 공주시 등이다. 그러나 정부가 막상 후보지를 발표했지만 현지 표정은 의외로 덤덤했다. 당초 후보지가 발표되면 해당 지역의 땅값이 들먹이는 등 큰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이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 때문인 듯했다.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꼽힌 지역을 찾아 현지 부동산시장, 주민 반응 등을 직접 알아보았다. (편의상 정부는 후보지 4곳을 (가)지역(충북 음성군 대소면, 진천군 덕산면), (나)지역(충남 공주시 계룡면, 논산시 상월면), (다)지역 (충남 연기군 남면, 공주시 장기면), (라)지역(충남 천안시 목천읍, 수신면)으로 명기했다.)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이 나온 이후 현지 땅값은 1년 새 4배나 폭등하는 등 대박이 터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땅값이 올라 평가액은 높아졌지만 막상 거래는 뚝 끊겨 돈을 만진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전언이다.
취재 결과 설령 정부가 현실적으로 적정한 선에서 땅값을 챙겨준다고 해도 이번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단기간 차익을 남기는 사람들은 현지인보다는 외지인이 대부분일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땅의 실소유주가 지역 주민보다는 미리 땅을 사들인 외지인이기 때문이다.
천안에 있는 21세기공인중개사 김남옥 대표(58)는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땅이 있느냐”고 묻자 “있긴 한데…”라며 말끝은 흐렸다. 이미 땅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마당에 살 의사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표정이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김씨는 “천안 땅값이 몇 년 새 크게 오른 건 신행정수도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은 아니었다. 고속전철 개통 등을 앞두고 교통요충지로 떠오르면서 기대감이 반영돼 오른 것이다”고 말했다.
현지 땅의 실소유주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사실 이 지역은 외지인 보유율이 6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긴 주민등록을 이리로 옮겼으니까 법적으론 외지인은 아니다. 작년에 비해 땅 값 차이가 4배가 난다. 지난해 봄 평당 5만원선에서 거래됐는데 요즘은 20만원선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씨는 사실상 평당 20만원선을 주더라도 살 만한 땅이 많지 않다고 얘기한다.
“천안의 경우는 행정수도 후보지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역이었다. 여기 투자한 사람 중에 행정수도 이전 때문에 땅을 구입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천안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니까 기대를 건 것이다. 근데 갑자기 여기가 행정수도 후보지라고 하고, 오히려 그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는 문의전화가 줄었다. 현재 거래되는 시가로 땅값을 치지 않는 바에야 그냥 갖고 있는 게 더 낫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정부에서 공시지가로 땅값을 쳐줄 경우 현재 시가와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를 물었다.
“공시지가로 하면 천안 목천읍 땅이 평당 2만~3만원 선이죠. 지금은 20만원대를 준다해도 매물이 없을 지경인데, 정부에서는 이 땅을 싼 가격에 수용하겠다고 하니, 솔직히 주민들 반응이 냉랭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다)지역인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또 다른 부동산 업자도 한숨을 내쉰다. S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지난해 1분기에는 우리(부동산 업자들)도 돈 좀 벌었다. 한 달에 보통 20건 이상씩 땅 계약이 이뤄지곤 했다. 대부분 외지인이었다. 근데 요즘은 뭐 매매 자체가 없다. 땅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혹시나’ 정부가 땅값을 높게 쳐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고, 땅을 살 사람들은 후보지는 매력없다고 돌아서니 매매가 형성될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후보지 주민들의 축제 분위기’, ‘충청권 대박’ 등의 표현을 쓴 터라 취재기자 역시 이 같은 반응을 기대하고 출발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들어본 행정수도 후보지의 민심은 달랐다. 절반 정도의 지역 주민들은 “과연 정부가 땅 값을 제대로 쳐주겠느냐”는 우려의 표정을 지었고, 의외로 나머지 주민들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먼산의 불 보듯’ 하는 입장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자가 만난 주민들 중 절반 이상은 행정수도 이전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지역 주민들 중 절반 정도는 “행정수도가 충청권으로 이전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몇몇 주민들은 기자에게 “행정수도가 진짜 이 근처로 이사를 오는 것이 맞느냐”고 되물어 당황케 했다.
(라)지역에 있는 M식당의 임아무개 사장(43)은 “행정수도 후보지라고 신문에서는 난리들을 치는데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물론, 여기 사는 사람들은 사실 그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이 지역이 포함된 것도 예상치 못한 일이고, 별 반응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식당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도 “관심없다. (행정수도 이전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어디가 선정되는지 신경써서 뭐하느냐. 당장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근데 행정수도 이전은 하긴 한답디까?”라며 되물었다.
다른 후보지 주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나)지역인 충남 논산에서 만난 S공인중개사의 한 아주머니(40대)는 “수도 이전? 그거 때문에(취재하려고) 여기까지 내려왔어요? 여기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국민투표 해라 말아라 떠드는데 정부에서 그냥 후보지라고 정해놓으면 뭐하느냐. 야당이나 수도권 공무원들이 가만 있겠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인근에 위치한 H부동산의 박점식씨(50대)는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창 글을 올리느라 골몰하고 있었다.
기자가 “지금 뭐하고 계시는거냐”고 묻자 그는 ‘행정수도 이전 찬성’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난 행정수도 이전해야 된다고 생각해. 어디가 되든 그건 관심없고…. 근데 솔직히 수도 이전 하기야 하겠수? 도무지 할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인터넷에다 글 한 줄 올리고 있었어요”라고 답했다.
다른 후보지역의 주민들 반응도 비슷했다.
(가)지역인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J공장의 이아무개 공장장(40대)은 기자가 “이 지역이 후보지로 꼽혔는데 어떠세요”라고 묻자 “여기로 행정수도 옮겨오면 땅값이 오르는 건가. 에이, 나도 땅 좀 갖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행정수도 옮긴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수도 옮기는 게 말이 쉽지, 그게 금방 되는 일이유”라며 손사래를 쳤다.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꼽혀서 연일 축제의 분위기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기자의 예상을 지역 주민들은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발표 이후 지역 주민들의 절반 이상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었지만, 외지인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가는 듯했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 위치한 몇몇 부동산 중개소 앞에는 서울, 부산, 전북 등 타지역의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빽빽이 주차돼 있었고, 업소마다 부동산을 상담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그러면 후보지역의 땅값은 후보지 선정 전과 선정 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
행정수도 후보지 읍, 면 골목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들과 인터뷰하다 보니 몇 가지 눈에 띄는 공통점들이 있어 관심을 끌었다.
행정수도로 선정돼 수용되는 지역(보상받는 지역)보다는 인근에 위치한 땅에 대한 문의가 훨씬 많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사실 중 하나였다.
(다)지역인 충남 장기면에 위치한 S부동산의 오아무개씨(30대 후반)은 이 지역에서 줄곧 부동산업을 한 것이 아니라, 불과 1년 전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부동산을 오픈했다고 했다.
오씨와 인터뷰를 하는 15분 남짓 동안 오씨는 물론, 그 부동산 직원들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 그는 대부분의 전화가 외지인들이 인근 땅 시세에 대해 묻는 전화라고 했다.
“사실 행정수도로 선정돼 수용되는 지역(정부 발표 2천5백만 평 규모)은 더 이상 메리트가 없어요. 정부에서 땅값을 현재 시가가 아니라, 공시지가로 수용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되면 행정수도 이전을 염두에 두고 땅에 투자한 외지인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거예요. 대신에 인근에 있는 지역들은 수혜지역이죠. ‘인근지역 특혜’라고 해야하나. 일단 인구가 50만 이상 늘어나면 새로운 상권이 생기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요즘은 조치원, 서면 등 배후도시에 관한 문의전화가 대부분이에요. 수용되는 땅에 대한 문의는 거의 없어요.”
▲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지난해 초 개별적으로 땅을 사둔 외지인들이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진은 연기군의 부동산업소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유력한 행정수도 후보지라고 했던 오송이 이번에 빠졌죠? 일부에서는 오송지역 주민들이 섭섭해한다고도 하는데 속내는 달라요. 이번 후보지 선정에서 빠지고 난 다음에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는 거 아닙니까. 행정수도 수용지역이 되면 제약만 많아지고 힘들어지거든요. 수용지역 보상도 예상보다는 적을 것 같고…. 오히려 배후지역으로 남아있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자면 훨씬 낫죠.”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 부동산에는 후보지 선정이 끝난 후, 그 지역 땅에 대한 문의는 뚝 끊겼지만, 인근에 어떤 땅이 좋아보이느냐는 문의는 빗발친다고 전했다.
신행정수도가 정해지면 가장 돈을 버는 사람들은 지난해 초 이들 지역에 땅을 산 사람들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전언. 당시만 해도 현지 땅값은 지금의 4분의 1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1분기에 싼 가격에 땅을 산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여럿이 돈을 모아 펀드로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개인투자자였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
“서울, 부산, 전북 지역 어디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어요. 사방에서 다 오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투기꾼이라는 타깃이 될 수 있으니까 다들 조심하죠. 한 명이 인근의 땅을 5억원까지 투자해 사들인 건 봤어요.”
하지만 향후 후보지 땅값이 정체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는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기대심리로 땅을 산 사람 중에 최근 ‘오히려 싼 값에 수용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에 되팔아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역매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이거 장부 보이시죠? 이 사람 지난해 봄에 행정수도 들어설 지역 아니냐면서 여기 땅 샀거든요. 근데 오늘 전화 와서 다시 팔아달라고요. 행정수도로 선정되면 오히려 자기는 손해를 본다면서요. 작년 봄에 사들인 가격으로만 팔아달라고 하더라구요. 요즘은 더러 이런 사람들이 있네요.”
충청도 지역주민이건, 발빠르게 이 땅에 투자를 한 사람들이건 행정수도 이전이 어떻게 되는지보다는 최대의 관심사는 ‘땅값’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행정수도 이전만으로 지역주민들이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성급하다고 충고한다.
충북 진천 토박이라고 밝힌 한 주민(40대)은 “사실 행정수도지역으로 수용돼 땅값을 쳐준다고 해도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수대에 걸쳐 농사만 짓고 살았어요. 행정수도로 수용돼도 땅값 시가로 안쳐준다면서요? 사실 쳐준다고 한들 할 줄 아는 일이 없어요. 어차피 그 돈 갖고 다른 데 가서 땅 사서 농사짓고 살아야하는데…. 가까운 인근에 다시 농사터전을 잡았다고 해도 행정수도 이전하면 세금도 덩달아서 오를 것 아니에요. 솔직히 (행정수도가)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이 나온 이후 현지 땅값은 1년 새 4배나 폭등하는 등 대박이 터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땅값이 올라 평가액은 높아졌지만 막상 거래는 뚝 끊겨 돈을 만진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전언이다.
취재 결과 설령 정부가 현실적으로 적정한 선에서 땅값을 챙겨준다고 해도 이번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단기간 차익을 남기는 사람들은 현지인보다는 외지인이 대부분일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땅의 실소유주가 지역 주민보다는 미리 땅을 사들인 외지인이기 때문이다.
천안에 있는 21세기공인중개사 김남옥 대표(58)는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땅이 있느냐”고 묻자 “있긴 한데…”라며 말끝은 흐렸다. 이미 땅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마당에 살 의사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표정이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김씨는 “천안 땅값이 몇 년 새 크게 오른 건 신행정수도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은 아니었다. 고속전철 개통 등을 앞두고 교통요충지로 떠오르면서 기대감이 반영돼 오른 것이다”고 말했다.
현지 땅의 실소유주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사실 이 지역은 외지인 보유율이 6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긴 주민등록을 이리로 옮겼으니까 법적으론 외지인은 아니다. 작년에 비해 땅 값 차이가 4배가 난다. 지난해 봄 평당 5만원선에서 거래됐는데 요즘은 20만원선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씨는 사실상 평당 20만원선을 주더라도 살 만한 땅이 많지 않다고 얘기한다.
“천안의 경우는 행정수도 후보지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역이었다. 여기 투자한 사람 중에 행정수도 이전 때문에 땅을 구입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천안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니까 기대를 건 것이다. 근데 갑자기 여기가 행정수도 후보지라고 하고, 오히려 그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는 문의전화가 줄었다. 현재 거래되는 시가로 땅값을 치지 않는 바에야 그냥 갖고 있는 게 더 낫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정부에서 공시지가로 땅값을 쳐줄 경우 현재 시가와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를 물었다.
“공시지가로 하면 천안 목천읍 땅이 평당 2만~3만원 선이죠. 지금은 20만원대를 준다해도 매물이 없을 지경인데, 정부에서는 이 땅을 싼 가격에 수용하겠다고 하니, 솔직히 주민들 반응이 냉랭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다)지역인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또 다른 부동산 업자도 한숨을 내쉰다. S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지난해 1분기에는 우리(부동산 업자들)도 돈 좀 벌었다. 한 달에 보통 20건 이상씩 땅 계약이 이뤄지곤 했다. 대부분 외지인이었다. 근데 요즘은 뭐 매매 자체가 없다. 땅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혹시나’ 정부가 땅값을 높게 쳐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고, 땅을 살 사람들은 후보지는 매력없다고 돌아서니 매매가 형성될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후보지 주민들의 축제 분위기’, ‘충청권 대박’ 등의 표현을 쓴 터라 취재기자 역시 이 같은 반응을 기대하고 출발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들어본 행정수도 후보지의 민심은 달랐다. 절반 정도의 지역 주민들은 “과연 정부가 땅 값을 제대로 쳐주겠느냐”는 우려의 표정을 지었고, 의외로 나머지 주민들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먼산의 불 보듯’ 하는 입장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자가 만난 주민들 중 절반 이상은 행정수도 이전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지역 주민들 중 절반 정도는 “행정수도가 충청권으로 이전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몇몇 주민들은 기자에게 “행정수도가 진짜 이 근처로 이사를 오는 것이 맞느냐”고 되물어 당황케 했다.
▲ 천안지구(위 왼쪽), 진천-음성지구(위 오른쪽), 공주-논산지구(아래쪽)의 전경. | ||
이 식당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도 “관심없다. (행정수도 이전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어디가 선정되는지 신경써서 뭐하느냐. 당장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근데 행정수도 이전은 하긴 한답디까?”라며 되물었다.
다른 후보지 주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나)지역인 충남 논산에서 만난 S공인중개사의 한 아주머니(40대)는 “수도 이전? 그거 때문에(취재하려고) 여기까지 내려왔어요? 여기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국민투표 해라 말아라 떠드는데 정부에서 그냥 후보지라고 정해놓으면 뭐하느냐. 야당이나 수도권 공무원들이 가만 있겠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인근에 위치한 H부동산의 박점식씨(50대)는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창 글을 올리느라 골몰하고 있었다.
기자가 “지금 뭐하고 계시는거냐”고 묻자 그는 ‘행정수도 이전 찬성’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난 행정수도 이전해야 된다고 생각해. 어디가 되든 그건 관심없고…. 근데 솔직히 수도 이전 하기야 하겠수? 도무지 할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인터넷에다 글 한 줄 올리고 있었어요”라고 답했다.
다른 후보지역의 주민들 반응도 비슷했다.
(가)지역인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J공장의 이아무개 공장장(40대)은 기자가 “이 지역이 후보지로 꼽혔는데 어떠세요”라고 묻자 “여기로 행정수도 옮겨오면 땅값이 오르는 건가. 에이, 나도 땅 좀 갖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행정수도 옮긴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수도 옮기는 게 말이 쉽지, 그게 금방 되는 일이유”라며 손사래를 쳤다.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꼽혀서 연일 축제의 분위기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기자의 예상을 지역 주민들은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발표 이후 지역 주민들의 절반 이상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었지만, 외지인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가는 듯했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 위치한 몇몇 부동산 중개소 앞에는 서울, 부산, 전북 등 타지역의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빽빽이 주차돼 있었고, 업소마다 부동산을 상담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그러면 후보지역의 땅값은 후보지 선정 전과 선정 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
행정수도 후보지 읍, 면 골목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들과 인터뷰하다 보니 몇 가지 눈에 띄는 공통점들이 있어 관심을 끌었다.
행정수도로 선정돼 수용되는 지역(보상받는 지역)보다는 인근에 위치한 땅에 대한 문의가 훨씬 많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사실 중 하나였다.
(다)지역인 충남 장기면에 위치한 S부동산의 오아무개씨(30대 후반)은 이 지역에서 줄곧 부동산업을 한 것이 아니라, 불과 1년 전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부동산을 오픈했다고 했다.
오씨와 인터뷰를 하는 15분 남짓 동안 오씨는 물론, 그 부동산 직원들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 그는 대부분의 전화가 외지인들이 인근 땅 시세에 대해 묻는 전화라고 했다.
“사실 행정수도로 선정돼 수용되는 지역(정부 발표 2천5백만 평 규모)은 더 이상 메리트가 없어요. 정부에서 땅값을 현재 시가가 아니라, 공시지가로 수용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되면 행정수도 이전을 염두에 두고 땅에 투자한 외지인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거예요. 대신에 인근에 있는 지역들은 수혜지역이죠. ‘인근지역 특혜’라고 해야하나. 일단 인구가 50만 이상 늘어나면 새로운 상권이 생기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요즘은 조치원, 서면 등 배후도시에 관한 문의전화가 대부분이에요. 수용되는 땅에 대한 문의는 거의 없어요.”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좀 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유력한 행정수도 후보지라고 했던 오송이 이번에 빠졌죠? 일부에서는 오송지역 주민들이 섭섭해한다고도 하는데 속내는 달라요. 이번 후보지 선정에서 빠지고 난 다음에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는 거 아닙니까. 행정수도 수용지역이 되면 제약만 많아지고 힘들어지거든요. 수용지역 보상도 예상보다는 적을 것 같고…. 오히려 배후지역으로 남아있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자면 훨씬 낫죠.”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 부동산에는 후보지 선정이 끝난 후, 그 지역 땅에 대한 문의는 뚝 끊겼지만, 인근에 어떤 땅이 좋아보이느냐는 문의는 빗발친다고 전했다.
신행정수도가 정해지면 가장 돈을 버는 사람들은 지난해 초 이들 지역에 땅을 산 사람들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전언. 당시만 해도 현지 땅값은 지금의 4분의 1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1분기에 싼 가격에 땅을 산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여럿이 돈을 모아 펀드로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개인투자자였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
“서울, 부산, 전북 지역 어디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어요. 사방에서 다 오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투기꾼이라는 타깃이 될 수 있으니까 다들 조심하죠. 한 명이 인근의 땅을 5억원까지 투자해 사들인 건 봤어요.”
하지만 향후 후보지 땅값이 정체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는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기대심리로 땅을 산 사람 중에 최근 ‘오히려 싼 값에 수용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에 되팔아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역매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이거 장부 보이시죠? 이 사람 지난해 봄에 행정수도 들어설 지역 아니냐면서 여기 땅 샀거든요. 근데 오늘 전화 와서 다시 팔아달라고요. 행정수도로 선정되면 오히려 자기는 손해를 본다면서요. 작년 봄에 사들인 가격으로만 팔아달라고 하더라구요. 요즘은 더러 이런 사람들이 있네요.”
충청도 지역주민이건, 발빠르게 이 땅에 투자를 한 사람들이건 행정수도 이전이 어떻게 되는지보다는 최대의 관심사는 ‘땅값’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행정수도 이전만으로 지역주민들이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성급하다고 충고한다.
충북 진천 토박이라고 밝힌 한 주민(40대)은 “사실 행정수도지역으로 수용돼 땅값을 쳐준다고 해도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수대에 걸쳐 농사만 짓고 살았어요. 행정수도로 수용돼도 땅값 시가로 안쳐준다면서요? 사실 쳐준다고 한들 할 줄 아는 일이 없어요. 어차피 그 돈 갖고 다른 데 가서 땅 사서 농사짓고 살아야하는데…. 가까운 인근에 다시 농사터전을 잡았다고 해도 행정수도 이전하면 세금도 덩달아서 오를 것 아니에요. 솔직히 (행정수도가)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