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범 유영철은 사체발굴과 현장검증 과정에서 시종일관 침착하고 냉정하게 행동했다. 자신과 원한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죽인 것에 대해서 전혀 죄책감이나 후회스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라는 비난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유씨도 술을 마시면 자신의 범행에 대한 죄책감을 일부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평소 이웃 사람들이 범죄의 기미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철두철미하게 처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목격한 유씨의 면면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얼마 전 인근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던 유영철이 자신의 범행을 암시하는 듯한 고백을 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검거되기 며칠 전 밤 유씨는 집 앞 음식점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술에 취한 유씨는 갑자기 “집에 죽은 사람이 많으니 제사를 지내야 한다”며 이 음식점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가려고 하다 종업원과 심한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유씨는 이 음식점에 자주 들러 업주와 다소 친분이 있었다. 기자는 며칠째 음식점 업주를 찾아갔으나 그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가게에 나오지 않았다.
유영철의 이웃주민 이아무개씨(주부)도 평소의 유씨를 보아온 ‘목격자’ 중 한 사람이다. 유씨의 집 주변은 허름한 구식 가옥이 골목마다 붙어 있는 데다가 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다소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특징. 이씨는 “여름에는 더워서 대문을 열어놓고 있는데, 어느날 새벽에 보니 유영철이 우리집 문 앞에 한 시간 넘게 앉아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는데 밤색과 베이지색 두 가지 색의 모자였다”고 떠올렸다. 모자를 눌러쓰는 지금의 유씨 모습은 평소 그의 스타일이었던 셈이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유영철이 여자랑 자주 다니는 것을 본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남자와 같이 다니는 것은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들려 주었다.
유영철 검거 후 이 동네에는 유씨에 대한 괴소문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다. 유씨가 검거되기 불과 며칠 전 유씨의 집에서 불과 10m쯤 떨어진 집 두 곳에서 같은 날 밤 동시에 불이 났는데 유씨가 방화를 한 것 같다 등등의 얘기였다. 유영철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종결됐지만 유씨의 이웃 주민들은 좀처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우]
온라인 기사 ( 2024.07.06 1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