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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는 인민군의 생활상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술 문화의 확산’을 꼽았다. 주씨는 “최전방을 지켜선 장교들도 비무장지대에서 술을 먹고 있고, 병사들은 아예 술을 잠복호에 들어가서 마신다”고 꼬집었다. 주씨는 “술독에 빠진 인민군이 인민(의 고혈)을 먹는다”는 표현까지 써 인민군들을 비꼬았다.
극심한 식량난, 전무한 의료 지원으로 인해 굶어죽거나 병에 걸린 인민군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는 게 그의 전언. 주씨는 실제 자신이 근무하던 사단 지휘부 산하 군의소와 보양소, 결핵병동, 간염병동 등에서는 하루에 한 명꼴로 병사들이 죽어 나간다고 전했다. 특히 보양소에는 백여 명의 영양실조 환자들이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오는 것도 ‘돈’과 ‘백’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일찍 제대를 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인민군은 가히 전염병의 천국이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 주씨는 “무좀이 없는 인민군은 ‘간첩’이며 이와 옴은 입대하면서 받는 ‘신고식’이다”고 표현했다.
주씨는 “한여름에는 비무장지대에 근무하는 인민군 한 중대의 절반 이상이 말라리아로 쓰러져 나갈 정도며 3~5분간의 짧은 식사 시간에 통 옥수수를 급하게 섭취하는 탓에 위장병에 걸린 병사들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주씨는 인민군 수가 1백30만이라고 하지만 사망자, 부대 이탈자들이 워낙 많아 정확한 수를 밝히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대 물품을 외부로 빼돌려 파는 인민군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주로 각 부대 보급창들이 장교들과 짜고 부대 물자를 빼돌린다고. 심지어 평양에서 각 부대로 운송되는 대규모 물자가 열차 수송 단계에서 통째로 증발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금이나 은 등 보석이나 골동품까지 인민군 수중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일부 인민군은 돈을 벌기 위해 ‘청부살인’까지 나선다는 게 주씨의 전언. 최근 황해도 해주시에서 금불상을 독일에 팔아넘긴 일당 가운데 한 사람이 안전부 수사망에 체포돼 총살당했는데, 일당 중 살아남은 두 명이 거액의 돈을 주고 한 군인에게 청부살인을 부탁해 이 군인이 실제 안전부 수사과장을 살해했다고 한다.
여군들이 노동당 입당을 위해 고위 장교 등에게 ‘몸’을 상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내용도 시선을 끄는 부분. 주씨는 “군의관 검사 결과 한 중대 여군들 중 90%가 처녀성을 잃은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이들이 군에 들어오기 전 자료에는 공교롭게도 3%만이 성경험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인민군 내에서 ‘휴가’라는 말이 사라진 것도 이색적이다. 그 대신 등장한 말은 ‘물자구입’. 돈부터 시작하여 연료, 자재, 심지어 펜과 종이 등을 가져오겠다는 명목하에 외부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 그러나 이도 여유가 있는 집안의 군인들이나 가능하다고 한다. 주씨는 심지어 물자구입을 핑계로 아예 집에서 군복무를 하는 병사도 있다고 전했다.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