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살인을 저지르던 시기에, 유영철은 동대문구 황학동에서 또 다른 방식의 엽기 살인 행각을 벌인다. 노점상을 하던 40대 남자를 살해한 뒤 이를 위장하기 위해 피해자의 승합차를 인천으로 끌고가 불을 지른 것.
범행이 일어난 지난 4월13일 유영철은 오후 5시33분 신촌에서 2호선 열차를 타고 5시51분 신당역에서 내렸다. 이 사실로만 본다면 신당역 2번 출구를 나와 신당 중앙시장을 거쳐 황학동 사거리 방면으로 걸어 내려왔던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범행 지점은 황학동 사거리 도로변에 위치한 빌딩 1층 앞이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이전부터 음란 비디오, 비아그라 등을 수집해온 유영철은 빌딩 앞에서 여성의 나체 사진이 걸린 작은 간판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간판은 약국 앞에서 불법 비디오 CD와 비아그라 등을 팔던 노점상 안아무개씨(44)가 만든 것이었다.
황학동 사건의 경우, 유영철은 본래 살해가 아닌, 금품을 뜯어내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범행에 필요한 다른 도구를 황학동 인근 신당 중앙시장이나 노점상에서 구입하려 했던 것으로도 점쳐진다. 그러나 유영철이 마음을 바꾼 것은 피해자 안씨의 ‘노련함’이 겁났기 때문이었다.
안씨는 이날 오후 7시에 좌판을 정리했다. 이때 유영철은 경찰 신분증을 내밀며 주차장으로 향하던 안씨를 불러 세웠다. “음비법 위반 및 약사법 위반으로 적발하겠다.”
유영철은 안씨의 두 손목에 수갑을 채워 승합차 조수석에 태운 후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나 15년간 시장통에서 터줏대감으로 지내며 인근 경찰관들을 수없이 접했던 안씨는 이내 유영철을 의심하는 기색을 보였다.
유영철은 순간 안씨를 살려두면 자신이 위험하게 되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살의를 품은 유영철은 안씨의 승합차를 몰고 예전에 살던 마포구 O오피스텔 주차장까지 데려온 뒤 또 다른 수갑을 이용해 안씨의 손을 조수석 등받이 쇠기둥에 연결시켰다. 자신이 집에 보관중인 살해도구를 가져오는 동안 안씨가 도주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후 유영철은 인근 S병원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가 이곳에서 안씨를 살해했다. 주차장은 병원 건물 뒤편에 위치했다. 외부에선 전혀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최적의 범행 조건이었던 셈.
유영철이 그곳에서 인천으로까지 차를 몰고가 불을 지른 것은 안씨를 칼로 찌르는 과정에서 자신의 손등을 베었기 때문. 증거 인멸을 시도했던 것이다. 유영철은 다음날 새벽 1시 인천 중구 북성동 S석유 주차장에 도착해 두 대씩 주차된 유조 차량 사이에 안씨의 차에 불을 지르고 유유히 사라졌다.
놀랍게도 이날 오후 유영철은 범행 장소 부근인 신당역을 다시 찾았다. <일요신문>이 입수해 특종으로 보도했던 유영철의 교통카드 내역에서도 이 사실이 확인된다. 유영철은 14일 오후 4시28분 신촌에서 2호선 지하철을 타 4시47분 신당역에서 하차한 것으로 나와 있다. 다음 승차 지점과 시간으로 보아 그후 유영철은 2시간 가까이 이 근방을 배회한 것으로 보인다.
유영철이 사건 현장을 다시 찾은 것은 아마도 안씨를 살해하면서 피가 묻어 버린 수갑 등의 범행도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기자가 찾아간 지난 22일에도 황학시장 한 구석에선 여전히 수갑을 팔고 있었다.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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