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미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 리비아 쿠바 등(북한 제외)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되는 6개국 출신 1천7백86명이 국내에 체류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가운데 입국 전 신분조회 및 입국 후 동향파악이 가능한 산업연수생(D-3비자 소지자)과 연수취업자(E-8비자 소지자)는 2백13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들 국가 출신 외국인에 대한 관계당국의 관리 감독에 비상이 걸렸다.
또 알 카에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등 사실상 테러지원국가이지만 미국의 전략적 판단 덕분에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되지 않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출신 외국인이 각각 7천1백47명과 31명이 국내 체류중이다. 이들 국가 출신 산업연수생과 연수취업자는 역시 2천8백여 명에 불과하다.
또 이들 외에 지난해까지 한국에 체류중인 이슬람국가 출신 외국인은 모두 29개국 6만7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통계는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국적 및 체류자격별 등록외국인 현황’이라는 자료에서 확인됐다. 이는 한국에 합법적으로 체류중인 전체 외국인 43만7천9백여 명의 15.3% 수준이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를 감안할 때 한국의 이슬람국가 출신 외국인은 10만 명에 이르며 테러지원국 출신 외국인도 1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리 테러 위협이 증가됐다고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실제 관리가 어려운데다 이들에 대한 동향 파악 및 감시에 나섰다가 인권침해 및 외교적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알 카에다가 한국에 대한 테러를 가하라는 메시지가 나오기 전까지 정부에서 테러지원국 출신 외국인에 대한 동향감시를 공론화할 수 없었다”며 “그만큼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라고 밝혔다.
더욱이 한국은 그동안 제3세계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인권탄압으로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내놓고 이슬람 국가 출신 외국인에 대한 동향파악에 나서기가 어려웠다. 이들이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이 꺼리는 3D업종에서 묵묵히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일하는 상황에서 정부당국의 밀착감시는 ‘역(逆)테러’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는 따라서 공식적인 방법으로 이슬람국가 출신 외국인들의 출입국 상황을 관리 감독해왔다. 공식적인 방법의 하나는 4천여 명에 이르는 국제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반영구 입국금지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는 미국 일본 등 외국국가들과 정보교류를 통해서 얻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이후 정부는 알카에다 소속으로 보이는 테러용의자 2~3명을 인천공항에서 추방했다는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정부는 미국 등 선진국들과 테러에 관한 국가공조 수위를 더욱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밖에 위조여권 감정을 강화하고 이슬람 국가에서 들어오는 외국인들에 대한 입국심사를 강화키로 했다. 이들의 입국목적과 국내 체류지를 꼼꼼하게 확인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만약의 하나 이슬람 외국인에 의한 테러가 일어날 경우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감시 감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미 이라크 테러단체인 ‘유일신과 성전’에 의한 김선일씨 사망사건 이후 이슬람 출신 외국인이 일상생활에서 욕설을 듣거나 폭행 위기에 처해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한국정부가 불법체류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외국인 숙소를 과잉수색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와 추가적인 인권탄압 시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와 달리 미국은 이런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부터 미국에 입국하는 유럽 등 비자면제국가 외의 외국인들에게 전자지문을 채취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서 미국 국가별 출입국자 순위가 10위안에 포함되는 인적 교류 상황을 고려할 때 ‘전자지문은 수치’라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의 외국인에 대한 ‘결벽’은 이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이민국과 국무부 등이 올해안 도입 목표로 추진하는 외국인 추적 감시 시스템(US-Visit)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외국인 입국자는 미국 입국 이전 단계부터 출국 때까지 미국내에서 일거수 일투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게 된다. 배우겠다는 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미 이민국이나 주정부는 유학생들도 학교 성적이나 출석이 미달되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입국허가를 취소해 추방하는 강력한 감시제도를 도입하거나 준비중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미국처럼 강력한 방식은 아니지만 이런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냐는 경고가 거듭 나오고 있다. 반면 이를 인권탄압이라며 적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례로 정보당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이슬람국가 출신 외국인은 이보다 많은 15만 명선이다. 정부 부처에 따라서는 20만 명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또 테러지원국 출신 외국인을 1만5천~1만8천 명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이슬람 출신 불법 체류자가 생각보다 많으며 정부의 관리감독이 미치지 않는 이들과 연계된 테러위협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법무부는 관련 사실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 관계자는 “이슬람 국가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와 다르게 여권 위조가 없으며 입·출국이 정확하다”며 “일각에서 나오는 이슬람 체류자에 대한 관측은 부풀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입장과 비슷하게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관련 시민단체 등이 추정하고 있는 불법체류자는 17~18만 명 수준이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인이나 동남아인이라고 한다. 따라서 ‘10만 명 이슬람 불법체류자 설’은 과장됐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국정원은 테러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 경찰 등 유관기관과 유기적 협조를 위해서는 통합지휘센터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무부 경찰은 현재에도 관련 기관들의 공조가 잘 되고 있다며 느긋한 입장이다.
법무부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도 테러 관련해서 국정원과 경찰 등 유관기관이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며 “이 자리을 통해 법무부는 정부의 활동이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정원이 대테러센터에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내용의 테러방지법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정부 각 부처들은 테러 위협이 구체화되고 이들 테러조직과 연계 가능성이 있는 불법체류자들이 국내에 1만여 명이 존재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물샐 틈 없는 대비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공감하고 있다. 법무부의 관계자는 “국민들이 두 발 뻗고 잘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공식적인 방법 외에 비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세련된 테러방지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관련 기관의 협조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테러지원국 등록 체류자 현황 | |
이란 | 1634 |
이라크 | 22 |
아프카니스탄 | 31 |
시리아 | 7 |
수단 | 62 |
리비아 | 29 |
쿠바 | 1 |
김영선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