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시위에서 각 지역의 집창촌 여성들은 지역별로 모자 색깔을 통일했다. ‘영등포 뒷골목’은 오렌지색, ‘미아리 텍사스’와 ‘청량리 588’은 빨간색, 대구 ‘자갈마당’과 강원지역은 흰색, ‘포항’은 파란색이었다. 흥미롭게도 인천의 ‘엘로하우스’ 여성들은 노란색 모자를 썼다.
시위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마치 집체교육을 받은 것처럼 질서정연하고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정말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가한 것일까.
이날 현장에는 성매매 여성들 외에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모’ ‘삼촌’이라 불리는 업소 관리인들과 업주들이었다. 업주들은 한결같이 “시위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가씨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참여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점은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진행요원 역할을 했던 한 여성은 “‘청량리 588’에서 각 지역 대표 아가씨들과 그곳 아가씨들이 모여 3일간 합숙훈련을 했다. 구호를 만들고 피켓과 플래카드에 들어갈 내용을 정하는 등 행사진행까지 모두 우리(성매매 여성)가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이번 시위가 ‘업주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자는 시위 현장을 취재하면서 적어도 이번 시위에 업주들의 도움이 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업주는 “구호 내용은 아가씨들이 정하고 우리 업주들은 전세버스와 도시락, 생수 등을 준비해줬다. 아가씨들이 돈이 없으니 업주들이 조금 도움을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업주들은 시위 현장에서도 아가씨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관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업주들 모임인 ‘한터’의 강현준 사무국장은 “업주들이 아가씨들을 동원한 것은 아니다. 아가씨들이 한터에 도움을 요청해 한터 명의로 집회신고를 내주었을 뿐이다”며 “오늘 말고도 아가씨들의 요구가 있으면 도와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훈]
온라인 기사 ( 2024.07.06 1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