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 의원의 ‘16일 만에 서울 함락’ 발언이 국정감사 초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진은 북한 의장대. | ||
‘국가기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16일 만의 서울 함락 가능성이 사실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이 관심의 중심에는 박 의원이 제기하면서 화제가 된 북한의 ‘장사정포’와 ‘생화학무기’가 있다. 북한이 실전 배치하고 있다는 이들 무기들의 실제 위력에 대해 알아봤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사정포’는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다연장포) 등 총 두 가지로 나뉜다. 북한은 이 ‘장사정포’를 총 1천 문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중 3백여문이 휴전선 부근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북한은 전방 지역에 170mm 자주포 1백여 문과 240mm 방사포 2백여 문을 배치해 놓고 있다. 그 중 170mm 자주포는 로켓추진 고폭탄을 사용하면 최대사거리가 53.4km까지 늘어나 서울은 물론 경기 안양, 성남시까지 공격대상에 포함된다. 240mm 방사포의 경우 최대사거리가 60km로 1회 발사시 22개의 소형포탄을 서울, 인천, 경기 군포시까지 날릴 수 있다. 22개 소형포탄은 축구장 1.5배 정도 넓이를 초토화시킨다”고 한다.
북한은 대부분의 ‘장사정포’를 지하진지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많이 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 3백 문의 장사정포가 1시간 동안 대략 1천~2천 발 정도를 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장사정포가 전쟁시 판세를 완전히 바꿀 정도의 위력을 갖지는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포탄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떨어질 경우 도시가스 폭발 등 2차 피해가 예상되며 국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타격으로 인한 사회적 공황상태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제2, 제3의 파괴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김종환 합참의장도 “북한 장사정포의 수도권에 대한 위협은 심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군사전문가인 경남대 함택영 교수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한 완벽한 억제력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은 서울에 대한 장사정포 공격을 통해 우리사회에 ‘공황효과’를 주려고 시도할 것이다. 박진 의원의 주장처럼 북한이 시간당 2만5천 발의 장사정포를 단번에 쏘아대기는 어렵겠지만 정작 무서운 것은 물리적인 파괴가 아니라 사회적 공황의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함 교수는 “박 의원의 발언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경우에 북한의 기습공격이 실효를 거뒀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가능성일 뿐 현실적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준비한다는 점에서는 가능한 시나리오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장사정포를 제어할 유일한 수단으로 알려져 있는 TPQ 레이더나 무인정찰기 등 군사장비를 우리 정부가 거의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전적으로 미군측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미군이 완전 철수할 경우 ‘10여 일 만의 서울 함락’은 어쩌면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
국방위 소속 열린우리당 한 의원은 “솔직히 지금 국가 기밀 운운할 때가 아니다. 미군이 완전 철수했을 경우에 대한 우리 군 차원의 대비책이 허술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대책이 절실하다”며 이번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핵무기와 함께 북한이 보유한 무기들 중 가장 위협적인 것으로 꼽히는 것은 생화학무기다. 북한은 생화학무기에 대해 1980년대 말까지 이미 생체실험을 끝냈으며 평북 정주 등 3개 시설에서 생산, 탄저균·페스트·천연두·황열병 등 13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0월 초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측이 “핵무기보다 더한 것도 갖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들은 생화학무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의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대국이며 생물무기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북한은 스커드 등 탄도미사일의 50~60%, 각종 포탄의 10%를 화학탄으로 보유, 개전 초기에 이를 대량으로 사용해 한·미 양국군의 무력화를 시도할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유사시 선제공격을 포함한 다각적인 대응책을 발전시켜 왔다.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지난 6일 국방연구원 연구보고서를 인용한 ‘북한군 개전초 화학탄 사용으로 전쟁주도권 노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생물무기 보유 여부는 러시아의 해외정보국(RFIS)에서 이미 1993년에 밝힌 적이 있으며 미국 CIA에서도 확인했다. 북한은 생물무기로 탄저균, 콜레라, 천연두 등 15종 이상의 생물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한 이 자료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탄저균의 경우 10kg만으로 9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수년째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 의혹도 논란거리.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소한 2~3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에 매장된 다량의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과 함께 8천 개에 달하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핵무기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유엔키프로스 평화유지군 사령관을 지낸 황 의원은 “러시아 해외정보국 보고서에 의하면 1992년 북한은 구소련으로부터 56~2백kg 정도의 플루토늄을 밀반입했으며 이 정보가 사실일 경우 많게는 60개 이상의 핵무기를 이미 10여 년 전에 생산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