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풍언씨 | ||
ICU는 정보통신부의 정보화촉진기본계획에 따라 지난 1997년 7월 교육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학교법인 한국정보통신학원이 같은 해 12월 설립한 학교다. 그런데 ICU가 정통부로부터 지원 받은 정촉기금 60억원을 2000년 3월27일 ‘투자 위험이 매우 큰 회사’였던 대우정보시스템(주)(대우정보)에 전액 투자,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ICU는 47억원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것.
문제는 ICU가 당시 투자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됐던 대우정보에 왜 무리한 투자를 했냐는 점이다. 이 투자 과정에 DJ정부의 실세들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통부 장관이었던 A씨가 당시 학교법인 이사장을, 전 정통부 장관이었던 Y씨가 ICU 총장을 맡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DJ 정부의 ‘보이지 않는 실세’로 불렸던 조풍언씨가 최대 주주로 있던 대우정보에 투자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정보소프트웨어 업체인 대우정보는, DJ의 일산 저택과 막내아들인 홍걸씨의 LA 저택을 인수했던 재미교포 사업가인 조풍언씨가 지난 1999년 최대 주주가 됐던 회사. 당시 연매출 2천억원대에 달했던 이 회사를 조씨가 2백50억원에 인수, 특혜 시비가 불거졌던 바로 그 회사다. 조씨는 99년 8월 대우정보의 이사로 취임했는데, 같은 해 12월 말 현재 이 회사의 주주명부에 따르면, ‘홍콩계 미국 벤처기업’인 ‘KMC’가 이 회사의 지분 71.59%를 소유하고 있었다. 또한 우리사주조합 19.34%, 대우중공업 7.1%, 일반주주 1.97%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여기서 당시 대우정보의 최대주주였던 KMC의 회장이 바로 조씨다.
조씨는 또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가 최대 주주였던 경기도 포천의 ‘아도니스 골프장’을 헐값에 매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특히 조씨는 현재도 군 무기도입에 관여, 외화밀반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조씨는 DJ정부 시절 ‘보이지 않는 실세’로 지목됐던 사람이다. 그런데 조씨가 대우정보의 이사로 취임한 지 7개월 정도 경과한 후 ICU로부터 60억원을 투자 받았던 것이다.
ICU의 대우정보 투자과정에 대해 제법 소상히 알고 있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투자전문기관에서도 60억원의 막대한 돈을 부실기업으로 평가되는 한 기업에 전액 투자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ICU 학생들 5년치 등록금에 해당하는 엄청난 거액을 투자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ICU의 투자과정에 당시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렇다면 ICU가 정통부로부터 지원 받은 정촉기금 60억원을 대우정보에 ‘올인’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ICU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00년 당시 대우정보는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판단됐고, 코스닥시장에 등록될 것으로도 예상됐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우정보는 현재까지 코스닥시장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다.
감사원은 또 “2000년 3월9일 학교법인의 기금운영위원회에선 대우정보에 투자하는 것으로 의결한 후 이사회의 심의·의결도 받지 않은 채 같은 해 3월27일에 대우정보의 전환사채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감사원은 이사회 심의·의결 등 관련 규정에 따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투자 위험이 큰 회사’에 투자해 법인의 운영기금에 손실을 끼친 기금운영위원 임아무개 정보통신부 국장을 형사고발 조치할 것을 학교법인 측에 통보했다. 그런데 임 전 국장은 공교롭게도 또 다른 정촉기금 운용 비리사건에 연루돼 현재 구속된 상태.
여기서 기금운영위원회가 당시 대우정보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다음 투자 결정을 내렸는지도 의문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지난 2000년 3월9일 열린 ‘제3회 한국정보통신학원 기금운영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2000년 9월 코스닥 등록예정인 대우정보의 주식 15만주(60억원)를 매수하는 의견에 참석위원의 표결에 의거(찬성 4, 반대 1), 대우정보시스템에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속인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은 이와 관련해 “당시 학교법인 기금운영위원회의 민간금융전문가 한 명이 (대우정보에 대한 투자를)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통부 관계 위원 네 명이 담합해서 대우정보 투자를 찬성한 것은 배후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 의원은 “기금운영위원회는 그 의결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해서 의사결정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며 “당시 학교법인 이사장이었던 정통부 장관 A씨와 ICU 총장이었던 전 정통부 장관 Y씨 등이 관여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교법인과 ICU의 핵심인사들이 DJ정부의 실세였던 조풍언씨 회사에 정촉기금 60억원을 투자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서 의원측 주장.
ICU는 대우정보의 사채를 매입한 다음날인 2000년 3월28일 사채매입대금 전액인 60억원을 주당 4만원의 주식으로 전환 신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대우정보에 대한투자 형태가 주식시장의 상황을 보면서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투자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했어야 했다”고 투자과정이 신중치 못했음을 지적했다.
서 의원은 이와 관련해서도 “학교법인은 (전환사채) 매입 다음날 바로 주식으로 전환하여 채권이 아닌 주식투자로 위험한 투자를 했던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작용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ICU의 대우정보 투자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ICU의 해명처럼 “투자할 가치가 있어서 투자했다가 ‘단순히’ 손실을 본 것”일까. 아니면 “조풍언씨 등 ‘보이지 않는 실세들’이 개입된 무리한 투자”였을까.
각종 의혹들에 대한 아무런 해명 없이 베일 속에 가려진 채 미국에 살고 있는 조씨. 그가 이번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촉기금과 관련해 또 한 번 세간에 ‘얼굴 없는 그림자’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