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KB금융 꼴 날라
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최근 우리은행 매각 방식을 분할 매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56.97% 중 30%를 경영권에 관심 있는 그룹에 매각하고, 나머지 26.97%는 재무적 투자자에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또 앞의 30%는 일반경쟁 방식으로, 뒤의 26.97%는 각각 10%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의 이 같은 매각 계획은 우리은행 매각이 현 정부의 지상과제인 상황에서 예보 지분을 통째로 인수할 곳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생각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30%(그룹A)를 한 쪽에 매각하는 한편 나머지 26.97%(그룹B)는 우리은행에 투자를 원하는 이들에게 나눠 팔겠다는 것.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23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에서 매각 방식에 대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거의 그렇게 결정 난 것으로 안다”며 인정했다.
우리은행 매각 방식이 알려지자마자 금융권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게다가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을 꺼려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경영권이 포함된 30% 지분을 과연 온전히 매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경영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교보생명 한 곳뿐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중이 사실이라면 신창재 회장의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하기는 힘들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우리에게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오히려 교보생명이 그룹B에 투자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측은 여전히 “구체적인 매각 방식과 조건이 나온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30%는 일반경쟁 입찰 방식으로 매각할 방침이어서 유효 경쟁 자체가 성립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교보생명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 유효 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면 30%는 결국 유찰된다. 물론 나중에 사모펀드 등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은행을 사모펀드에 넘기기는 정부와 금융당국으로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30% 매각이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유찰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 다음 방식을 정하지는 않는다”며 “법에 정해 있는 대로 하는 것이기에 사모펀드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30%는 그대로고 나머지 27%만 매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권을 포함한 30%는 매각하지 못하고 27%만 쪼개서 매각할 가능성이 짙다”면서 “이렇게 되면 우리은행 최대주주는 결국 정부가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우리은행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완전 매각이 실패한다면 우리은행도 KB금융처럼 좌충우돌하는 경우가 잦을 것으로 우려된다. KB금융이 계속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지주회장과 은행장 등 ‘출신 성분’이 각기 다른 CEO들의 의견충돌이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이들의 알력과 임직원들의 줄서기를 KB금융의 고질병으로 지적, 사건·사고가 여기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복마전으로 비유되기도 하는 KB금융의 모습의 근원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입김이라는 얘기도 자자하다. 금융권에서는 매각 실패 후 우리은행의 미래가 자칫 KB금융의 닮은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