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떴는데 ‘한류몰이’ 왜 안되지?
싸이가 미국 힙합가수 스눕독과 함께 발표한 ‘행오버’가 영미권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행오버’ 뮤직비디오 캡처.
‘행오버’를 두고 미국의 음악 전문지 빌보드를 비롯해 <롤링스톤> <할리우드리포트> <타임> <워싱턴포스트> 등 영미권 뉴스 매체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만 하루 만에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140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행오버’를 향한 해외 매체들의 평가는 대부분 “재미있고 흥미로운 곡”이라는 호평이다. 특히 뮤직비디오에 담긴 한국의 독특하고도 다양한 음주문화에 호기심을 갖는 시선도 많다. 조심스럽게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싸이가 ‘행오버’를 출시할 즈음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20억 조회수를 돌파했다. 유튜브 사상 최단기간 10억 조회수를 넘어선 데 이어 또 한 번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 뒤 곧바로 발표한 ‘행오버’ 덕분에 싸이를 향한 국내외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강남스타일’ 이후 2년 동안 싸이가 거두고 있는 다양한 성과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삼았던 케이팝 흐름에도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싸이가 한국가수로는 처음 빌보드 핫 10에 진입했고 유튜브에서도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보다 먼저 케이팝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던 여러 가수들의 활약은 이후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 대륙을 집중 공략하던 여러 그룹과 가수들은 최근 그 활동의 무대를 국내와 일본, 중국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물론 JYJ나 빅뱅처럼 여전한 인기로 거뜬하게 월드투어를 소화하는 그룹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부의 이야기다.
가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불러온 건 싸이부터 시작된 여러 ‘외부 요인’ 탓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부 등 관련 단체의 지속적인 투자와 활동 지원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싸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수들의 활동 무대가 좁아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한 음반기획사 관계자는 “2~3년 전과는 확실히 환경이 달라졌다”고 짚었다. 그룹 소녀시대가 프랑스 파리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케이팝 붐을 세상에 알린 2011년 무렵에는 전략적인 여러 ‘지원’이 따랐던 게 사실. 우리에겐 ‘불모지’와도 같았던 유럽과 남미 지역에서 케이팝 가수들이 공연을 함으로써 다양한 대중문화를 전파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이 관계자는 “해외 문화원이나 문화와 콘텐츠를 다루는 정부 기관 등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으로 심리적으로 거리가 멀었던 나라들에서 자신감을 갖고 공연을 열 수 있었다”며 “케이팝 전파를 위한 전략적인 시도였고 협업이었다”고 돌이켰다.
물론 반드시 관련 단체의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형성된 케이팝 인기에 힘입어 해외 시장으로 향한 가수들도 많았다. 선발주자였던 JYJ를 비롯해 빅뱅과 비스트, 2PM, 밴드 씨엔블루 등이 그 열기를 이어가며 이른바 ‘월드투어’를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싸이보다 먼저 케이팝을 확장시켰다. ‘강남스타일’이 성공했을 당시 싸이가 “케이팝 가수들이 뿌린 씨앗 덕분”이라고 말한 이유도 이런 과정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당시로부터 2~3년이 흐른 지금의 상황은 많아 달라졌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케이팝 인기에 힘입어 공연 횟수는 늘어난 반면 정작 케이팝을 즐기는 팬층은 ‘마니아’를 넘어 ‘대중’으로 확대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공연 위주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케이팝 가수들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관객 확보’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돌 그룹 여러 팀을 보유한 한 기획사 관계자는 “특히 유럽에서 케이팝 팬이 소수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데 그쳤다”며 “팬이 다양한 세대와 나라들로 확장되지 못하면서 아쉽게도 현재는 케이팝의 파급력이 정체된 분위기다.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해외 공연에 나서는 가수들은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방송사들이 진행하는 케이팝 공연 횟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TV 프로그램과 연계한 이런 케이팝 공연에는 여러 인기그룹이 참여하기 마련이다. 이를 접하는 해외 팬 입장에선 케이팝 가수들을 ‘흔히’ 보게 되고, 결국 희소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여러 팀이 참여한 합동 공연이 열린 나라에서 이후 한 팀의 가수가 단독 콘서트를 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 티켓 판매에서 직격탄을 맞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싸이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는 원인이다.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강타했을 당시 일부에선 “과연 케이팝으로 그 이상의 성과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을 꺼냈다. 그만큼 싸이가 일군 성과가 막강하다는 의미이고, 동시에 당분간 그 기록은 깨지기 어렵다는 시각이었다. 싸이의 ‘장기집권’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