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 벌어지는 특급 대접 공짜는 없다
이번 순방에 동행했던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 등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런 심상찮은 분위기는 첫 방문국이었던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도착할 때부터 감지됐다고 한다. 당초 타슈켄트 공항에는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총리가 영접을 나오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막상 박 대통령 일행을 태운 공군1호기가 타슈켄트에 도착해보니 레드카펫 앞에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떡 하니 서 있었다고 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2박3일간 이어진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동안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했다. 심지어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마르칸트 시찰 때에도 동행했다. 한 출입기자는 “사마르칸트 시찰 당시에는 우즈베키스탄 국영 TV가 청와대 기자단의 움직임까지 동행 취재를 했다”고 전했다.
거리 곳곳에 나붙은 환영 입간판의 메시지도 눈에 확 띄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다른 나라 방문 때에는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이 ‘박근혜 대통령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는 정도의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나 입간판을 세워놓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에는 ‘박근혜 대통령님의 타슈켄트 입성을 환영합니다’, ‘우리의 영원한 친구 대한민국 대통령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는 메시지가 나붙었고, 그것도 현지 기업이 아닌 정부가 내건 것이었다고 한다. 이번 순방에 동행했던 한 인사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카리모프 대통령이 박 대통령 순방을 자신의 치적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두 번째 방문국이었던 카자흐스탄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일정에 대부분 동행했을 뿐 아니라 갑작스럽게 일정을 추가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수도 아스타나에 있는 나자르바예프대학 시찰, 국립 오페라 극장 시찰 등의 일정이 갑작스럽게 잡혔다. 이들은 기존 알마티를 대체하는 신행정수도 아스타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성격의 시설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동행하면서 자신이 아스타나의 도시계획과 건물 디자인, 색깔까지 모두 결정한 최종 설계자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현지 언론의 관심도 대단해서, 심지어 박 대통령 순방 직전에는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 방문하는 바람에 사우나 외교가 불가능해졌다’며 우려 섞인 반응들까지 나왔었다”고 전했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순방 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현지식 사우나를 즐기며 환담하곤 했던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마지막 방문국이었던 투르크메니스탄 역시 국빈만찬 때 잡채, 김밥 등 한국 음식을 차려내고 대표적인 자랑거리인 카펫과 승마용 말 홍보를 위한 일정을 끼워 넣기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풍부한 지하자원 매장량을 갖고 있지만 이제 막 개발되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 정부에게는 한국의 ODA(공적개발원조),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유치나 VISA(입국사증) 면제협정 체결 등이 큰 치적이 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정부도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과 메르코수르(남미 공동시장), 비제그라드(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중유럽 4국) 그룹 등 지역별 국가연합이나 협력체와의 외교 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