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손녀 남친과 알콩 달콩 대담한 ‘싸이질’
▲ 김대중 전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 세 딸들의 미니홈피. 위부터 막내 화영씨, 둘째 정화씨, 첫째 지영씨. 사진 1천여 장을 전체공개로 설정하는 등 막내 화영씨의 ‘싸이질’이 가장 활발하다는 평이다. | ||
지난해 이맘때, 전두환 대통령의 손녀 전수현양은 자신의 싸이월드(cyworld.com) 홈페이지가 공개돼 한동안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싸이월드는 전 국민이 접속하는 인맥 커뮤니티 홈페이지. ‘싸이질’ 자체가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전 대통령의 손녀라는 이유만으로 전양의 홈페이지 주소가 공개된 이후 하루 접속 건수는 수천을 훌쩍 뛰어넘었다.
뒤이어 네티즌들에 의해, 전양이 홈페이지에 쓴 글 중 한국을 조롱하는 듯한 의미가 담겼을 법한 글이 발견됐고, 이 때문에 전양은 한바탕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결국 홈페이지 문을 닫기까지 했다.
1년이 지난 요즘, 지난해 전양 파문의 ‘여진’이 남아 있기는 하나 몇몇 전직 대통령의 손자·손녀들의 홈페이지는 여전히 활발히 숨을 쉬고 있다.
전직 대통령 중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손자·손녀들이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운영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손자·손녀들은 지난해 전수현양 파문의 여파 때문인지 홈페이지를 이미 폐쇄되거나 아예 회원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민주당 김홍일 의원의 세 딸의 활약이 가장 도드라진다. 특히 막내딸 화영씨(21)의 홈페이지가 ‘압권’이다. 각종 스킨(배경화면)으로 꾸며져 보기만 해도 접속하고 싶은 느낌을 가져다주는 화영씨의 홈페이지는 접속건수만도 하루 70~80여 건이 넘는 인기 커뮤니티다.
남자 친구와 찍은 사진을 대담하게(?) 메인 화면으로 올려놓은 화영씨는 무려 1천2백50여 장이 되는 사진을 전체공개로 설정했다. 휴대폰 셀카 사진, 주변 친구나 선배들의 모습, 2004년 토론토 여행과 추석 당시 미국 뉴욕 여행 때 찍은 사진들이 대다수.
지난 5월7일 결혼한 큰언니 지영씨의 집에 함이 들어오는 사진도 재미있게 구성해 올려 놓았다. 몇몇 사진 속에는 김홍일 의원과 부인 윤혜라씨도 등장한다.
메인 화면에 ‘6월1일 실기시험!!! 6월2일부터는 기말고사가 1백 가지야’라며 향후 일정을 소개한 화영씨는 서울대 음대에 재학중인 학생.
▲ 김종대군의 미니홈피(위), 김종민군의 미니홈피 | ||
미국서 유학중인 화영씨의 선배가 지난 4월28일 방명록에 남긴 글도 눈에 띈다.
“오늘 우리 학교에 너희 할아버지 오셨어. 내가 학생 대표로 선물 드리면서 너 안다고 말씀드렸지.ㅋㅋ.”
화영씨의 선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 지난 4월 미국 아시아재단 초청으로 방미한 김 전 대통령은 화영씨가 방명록을 남긴 이날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에서 강연을 했다. 화영씨의 선배가 스탠퍼드대에 재학중이라는 사실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김 의원의 딸 중 가장 먼저 결혼한 둘째딸 정화씨(27)는 사진은 1촌 공개로 해 놓고 방명록만 열어 놓았다. 최근 방명록 글은 대부분 언니 지영씨의 결혼을 축하하는 글 일색이다. 정화씨는 ‘댓글’에서 “언니 시집가는 것 준비하면서 시집 두 번 가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방명록 글을 통해 본 정화씨의 직업은 웨딩플래너. 그러나 또 다른 방명록에서는 정화씨가 ‘프렌치슬림’사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는 글을 접할 수 있다. 방명록을 거슬러 추적하면 ‘프렌치슬림’은 정화씨의 어머니인 윤혜라씨가 사장으로 있는 미용 및 체형 관리 전문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5월의 신부가 된 맏딸 지영씨(29·삼성전자 근무)의 홈페이지 역시 사진은 1촌 공개. 메인 화면 좌측에 쓰인 “새댁이라네”라는 문구가 홈피 주인이 새신부임을 말해준다.
게시판과 메인 화면으로 보아 지영씨는 독도 문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문구와 태극기가 그려진 스킨을 설정해 놓았으며, 게시판에는 지난 2월 독도 문제가 불거질 당시 일본 시마네현 조다이 의원과 MBC 손석희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나눈 인터뷰 내용을 올려놓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씨의 두 아들도 싸이월드 홈페이지가 있다. 미국 LA에서 태어나 유학중인 큰 아들 종대군(19)의 홈페이지에서는 사진 3백96장을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아버지인 김홍업씨, 어머니 신선연씨와 찍은 사진도 있다. 사진 속에서 종대군은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학교 ‘인터내셔널 데이’에 한복을 입고 나타나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 김인덕군의 미니홈피(위), 김인규군의 미니홈피 | ||
이 글에서 종대군은 자신의 성격을 ‘소심하고 엽기적’이라고 평가했으며, 좋아하는 연예인은 김태희, 임수정을 꼽았다. 또 최근 영화 <말아톤>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은 부시 대통령과의 만찬이라고 했는가 하면 처음 술을 마신 것은 고2 때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압권은 ‘결혼할 때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한다면 헤어지느냐 마느냐’라는 질문의 대답. “무조건 도망간다”라고 답한 종대군은 그 이유에 대해 ‘모전자전’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미국 코네티컷주 럼지중학교에 다니는, 종대군의 동생 종민군(16)의 홈페이지에는 36장의 사진과 방명록이 공개돼 있다. 럼지중학교 레슬링 선수로 활약중인 종민군은 주로 레슬링 대회에서 받은 상장과 트로피 등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지난 3월6일 레슬링부 주장 임명장을 들고 찍은 종민군 사진은 무려 2백83명이 스크랩해갔다. 종민군은 레슬링 외에도 축구와 조정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들도 싸이월드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중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두 아들의 홈페이지가 제법 볼 만하다.
캐나다에서 유학중인 큰아들 인덕군(19)은 밴쿠버 세인트조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대학교에 복수 합격한 것으로 보인다. 인덕군의 미국 이름은 ‘브라이언’이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D. Kay’로 통한다고 한다.
인덕군 역시 홈페이지에 키(170cm)가 안 크는 것이 불만족스럽다고 토로하는 등 자신의 ‘모든 것’을 글로 표현했다. 특히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유민을 꼽았는데 여자 친구가 유민을 닮았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강조하면서 사진첩에 실제 여자친구의 사진을 올려놓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것처럼 메인 화면과 게시판에는 십자가 사진과 유명 목사의 강연 모습이 올려져 있다. 일본 여행 사진에는 아버지 김현철씨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현철씨의 둘째아들인 인규군(16)의 홈페이지는 또래 여학생들보다 더 예쁘게 꾸며져 있다. 반짝이, 별 등 각종 스킨으로 홈페이지 전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미니룸에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까지 적어 놓는 등 자신의 홈페이지를 찾는 친구들을 세심히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다이어리, 쥬크박스, 갤러리 메뉴에도 알차게 내용을 꾸몄다.
인규군 역시 홈페이지에 자신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현재 대일외고 1학년에 재학중인 인규군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자신이 현재 학교 중창단 22기 세컨드 테너라는 점이다. 홈페이지 배경 화면에서부터 중창단 홈페이지 주소를 띄워 놓고 홍보활동에 열중이다.
김 전 대통령의 눈매를 쏙 빼닮은 인규군은 외모와 헤어스타일이 탤런트 연정훈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홈페이지에는 “강동원과 닮지 않았느냐”는 인규군의 자화자찬이 가득하다. 이에 친구들은 “또 시작이다”라며 맞대응.
다이어리란에는 일요일마다 할아버지인 김 전 대통령을 만난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글에서 인규군이 할아버지와 자신이 나눈 대화를 ‘담소’라고 격상시켜 표현,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