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무죄, 우리는 유죄? 헐~
유흥업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강하게 느낀 부분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특히 유흥업계에서 연예계 관련 취재를 하다 보니 ‘연예인은 괜찮고 우린 안된다’는 식의 반응이 많았다. 프로포폴 등 마약류 관련 수사 등 특히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 방식에서 유흥업계가 상대적으로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는 피해의식이 비교적 강하게 나타나곤 했다. 그리곤 이번 박봄의 입건유예 소식은 이를 폭발적인 반응으로 연결하는 촉매제가 됐다.
앞서 분노의 목소리를 낸 것은 논현동 소재의 한 룸살롱 업주다. 그렇다면 그의 말처럼 박봄의 사례를 활용해 암페타민을 불법 반입해도 역시 무혐의가 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박봄이 대한민국 마약 불법 거래 시장에 엄청난 해법을 제시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검찰 관계자는 박봄의 입건유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수사 당시 발견한 약의 개수라고 한다. 지난 2010년 10월 12일 인천공항 세관은 항공우편으로 반입된 암페타민 82정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를 수취인에게 정상적으로 도착하게 만든 뒤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다.
일주일 뒤 약이 박봄에게 전달됐음을 확인했지만 4정이 부족한 78정이었다. 결국 치료용으로 암페타민을 반입해 일주일 동안 4정을 복용했다는 의미가 된다. 사라진 4정은 암페타민을 필로폰으로 변형할 만한 양이라거나 타인에게 공급할 만한 양도 아니다. 따라서 암페타민을 필로폰으로 변형할 목적으로 불법 반입했거나 타인에게 공급했다는 혐의는 받지 않게 됐다.
물론 불법 반입은 범죄 행위지만 박봄 측은 미국과 국내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과 미국에서 암페타민을 처방받았던 기록 등을 검찰에 제출한다. 미국에선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합법적으로 쓰이는 암페타민을 미국에서 처방받아 사용하다 국내에 들어온 뒤 구할 수가 없어 치료 목적으로 반입했음을 입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입건유예 조치가 내려졌다.
결국 박봄의 사례처럼 미국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암페타민을 처방받았던 유학생이나 이민자 등을 찾아내 그의 명의로 불법 반입할지라도 필로폰으로 변형했거나 타인에게 공급한 정황이 포착되면 사법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직업이 명확하고 도주 우려가 없는 초범이라는 점도 참작이 됐다. 이미 마약 관련 사안으로 전과가 있는 이의 경우 입건유예 조치가 나왔을 리 없다.
이런 부분을 설명해줘도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믿지 않는 눈치다. 그 이유는 ‘우리도 박봄 사건의 전말을 다 알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박봄의 암페타민 불법 반입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 입건유예 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은 4년이 지난 최근에야 알려졌지만 소문은 4년 전 그 즈음부터 계속됐다. 증권가 정보지 등에서도 자주 박봄의 마약 혐의 검찰 수사설이 계속 언급됐었다.
이처럼 소문과 정보지 등을 통해 이미 박봄에게는 ‘마약 공급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투여돼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런 소문(검찰 수사설)이 어느 정도 사실로 밝혀지자 결과에 해당되는 검찰의 조치인 입건유예에 신뢰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박봄이 인기 연예인이니까, 박봄이 거대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니까 입건유예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성 소문이 더 큰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유흥업계의 경우 워낙 이런 연예계 루머가 많이 떠도는 공간인 데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예계에 대한 피해 의식이 있으며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불만이 많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 이번 박봄의 입건유예 소식에 더 의혹어린 시선을 많이 보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수사기관보다 루머를 더 믿으려 하는 일반인들의 반응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단지 연예계 루머가 더 흥미진진하고 그럴 듯해 보여서 그런 것일까.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