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사라지고 ‘테이프’만 남았다
▲ 지난 5일 이상호 MBC 기자가 검찰에 자진출두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X파일’ 언론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삼성이 지면과 화면에서 사라졌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의 로비의혹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곳은 MBC와 <한겨레>.
MBC는 지난 1일 <뉴스데스크>의 ‘로비의혹 수사는’에서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축인 삼성의 로비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과연 수사를 하기는 하는 것인지 아무 소식이 없다”며 “(검찰이)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에 대해 고개를 돌린 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는 이어진 리포트 ‘검찰과 삼성 장학생’에서도 “삼성의 변호사들과 검찰 간부들이 워낙 다양한 인연으로 얽혀 있어서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삼성의 변호사 14명 가운데 이번 수사를 맡은 검사와 연수원 동기만도 무려 9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MBC는 삼성이 검찰 출신을 대거 영입한 것은 법률적 도움보다는 사실상 로비를 위한 것이라는 참여연대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KBS와 SBS는 “테이프 공개를 두고 찬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등이 테이프 공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식의 보도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신문 보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겨레>만이 ‘일류기업 삼성, 불법자금 제공도 일류’(7월25일자 3면) ‘삼성 비자금 수사 다른 단서로도 충분’(28일자 1면) ‘97년 기아차 인수 로비전’(같은 날 4면) ‘삼성 비자금 얼마나, 어떻게’ ‘삼성 비자금 수사 정공법이 상책’(같은 날 5면) 등 삼성의 문제를 끈질기게 거론했을 뿐 다른 신문들에선 테이프 ‘내용’ 자체와 관련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X파일’과 관련한 언론보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이상호 기자를 ‘범죄자’ 다루듯 했다는 점이다. 특히 방송은 MBC 이상호 기자의 검찰소환 문제를 다루는 데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신문의 경우 특히 <중앙일보>가 이상호 기자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검찰, MBC 이상호 기자 출국금지’(7월30일자 1면) ‘MBC 이상호 기자에 검찰 ‘오늘 출두’ 통보’(8월1일자 1면)를 실어 이 기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중앙>은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1면 ‘도청테이프 유출 박인회씨, MBC서 출국 지원’과 5면 ‘MBC, 박인회씨에 비행기표 제공’에서 MBC의 보도경위가 부절적하다고 계속해서 지적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신문들이 각자 입맛대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중앙일보>는 사건 이후 계속해서 검찰이 ‘내용 공개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은 지난 1일자 기사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운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따라 테이프 내용을 수사할 경우 수사기관 스스로가 위법행위를 하는 셈”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신문들은 검찰이 균형성을 잃었다며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2일자에서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한겨레>가 검찰이 ‘내용’에 대한 수사는 미적거리면서 이 사건을 보도한 기자 소환부터 서두르는 등 본말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주주인 홍석현 주미대사와 삼성을 향한 ‘안으로 굽는’ <중앙일보>의 보도태도는 여전했다. <중앙>은 지난달 26일 홍석현 대사가 사의를 표명하자 주미 한국대사관 반응을 전하는 27일자 기사에 ‘민감한 때… 대미 외교 차질 우려’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편 검찰이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소환키로 함에 따라 향후 삼성 관련 보도가 비중 있게 다뤄질지 주목된다.
민임동기 미디어오늘 기자 gom@mediatoday.co.kr